한 마리가 하루 700g 먹어치우며 물고기 싹쓸이... 몸길이 100cm 거대 동물
2025-09-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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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섬강 어민들 “생계 위협” 절규

원주 섬강 위로 거대한 검은 띠가 형성됐다. 수천 마리의 민물 가마우지가 무리를 지어 강 위를 뒤덮으며 어민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하루 700g의 물고기를 먹어치우는 이들의 등장으로 강은 생태계 파괴의 현장이 됐다. 어민들은 그물 대신 총을 들고 직접 나서는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다.
원주 섬강에 대규모 민물 가마우지 무리가 출현하면서 어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G1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계속된 민원에도 자치단체의 대책이 미흡하자 어민들이 직접 수렵 면허를 취득해 포획에 나섰다.
섬강 일대에 나타난 가마우지 무리는 검은색 띠를 형성하며 강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가마우지 한 마리는 하루에 700g의 물고기를 섭취한다. 피라미부터 쏘가리까지 어종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
가마우지는 어업인들에게 이중 피해를 안기고 있다. 강의 물고기 개체수를 급격히 줄일 뿐만 아니라 그물망에 있는 어류를 잡아먹으려다 그물까지 훼손하고 있다.
한진규 섬강어업계 대표는 가마우지로 인해 조업량이 엄청나게 급감했으며 가속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거의 조업을 포기하는 상태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가마우지 포획이 허용됐지만 지자체별 포획량은 천차만별이다. 양구군이 지난해 500여 마리를 포획한 반면 원주시는 5마리에 그쳤다. 원주시는 섬강 수심이 얕아 포획단이 배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견디다 못한 어민들이 직접 움직였다. 섬강어업계 어민 5명이 수렵 면허증을 발급받아 포획에 나선 것이다. 함귀문 섬강어업계 사무장은 지자체가 도움을 주지 않아 어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며 섬강은 자신들의 생계와 터전이라고 강조했다.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대형 물새로 한국에는 민물가마우지와 바다가마우지 두 종이 서식한다. 민물가마우지는 주로 강이나 호수에서 서식하며 뛰어난 잠수 능력으로 물속 깊이 들어가 어류를 포획한다. 성체 기준 몸길이 80~100cm, 날개 길이 130~160cm에 달하는 대형종이다.
가마우지의 먹이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사냥을 계속하며 한 번에 여러 마리씩 잡아 삼킨다. 소화 속도가 빨라 계속해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특성이 있다. 특히 무리를 지어 협동 사냥을 하는 습성 때문에 한 지역의 어류 자원을 단시간에 고갈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 가마우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드물게 관찰되는 종이었지만 최근 급격히 개체수가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 환경 변화와 먹이원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겨울철 결빙이 줄어들면서 연중 활동이 가능해진 점도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가마우지로 인한 어업 피해는 전국적 현상이다. 충남 금강, 경기 한강, 강원 소양호 등지에서도 비슷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마우지 한 무리가 하루 만에 양식장 물고기를 모두 먹어치우는 사례도 발생했다.
현재 가마우지 포획에 대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 포획단이 가마우지 한 마리를 잡으면 받는 보상금은 2만원에 불과하다. 또한 배를 이용한 포획 방식의 한계로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헌 원주시의원은 포획단 구성 시 기본적으로 원주시 규칙에 가마우지 포획 목표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더 적극적인 인센티브와 보상비 지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마우지 관리를 위해서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단순 포획보다는 서식지 관리, 대체 서식지 제공, 어업과의 공존 방안 모색 등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
원주시는 강원도와 함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