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인지 수입산인지 헷갈렸던 '이것'… 20분 만에 판별하는 기술 발견

2025-09-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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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 8시간에서 20분으로 단축… 누구나 쉽게 활용 가능

국내 연구진이 20분 만에 토종 뱀장어를 판별할 수 있는 현장용 기술을 개발했다.

극동산 실뱀장어 어획(채포) 모습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극동산 실뱀장어 어획(채포) 모습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 토종 극동산 뱀장어를 누구나 현장에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새로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방식은 결과를 확인하는 데 최소 8시간 이상 걸려 현장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이번 기술은 단 20분 만에 판별할 수 있어 신속성과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고 특허 출원까지 이뤄지며 학술적과 기술적 우수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연구진은 특히 극동산 뱀장어가 국제적 보호종 규제 논의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이번 기술이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비나 전문 인력 없이도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은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여줄 전망이다.

최근 유럽연합은 유럽산 뱀장어의 불법 거래와 전 세계적 어획량 감소를 이유로 극동산 뱀장어를 포함한 뱀장어 전체 종을 CITES 부속서 2에 올리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단순히 유럽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뱀장어 자원 전반이 줄어드는 현실을 국제사회가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종이라도 규제 대상에 묶이면 수입과 유통에 엄격한 절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뱀장어를 주력 양식품종으로 삼고 있는 한국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국내 뱀장어 산업은 연 매출 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표적인 양식 분야지만, 그 근간이 되는 실뱀장어는 아직 인공 종자로 안정적으로 길러내기 어려워 8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일본과 중국, 대만 등에서 수입해 오는 이 치어가 없으면 국내 양식장은 돌아가기 힘든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뱀장어속 전 종을 멸종위기종 국제거래 규제 협약(CITES) 부속서 Ⅱ에 올리자고 제안하면서,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규제가 현실화되면 수입 과정에서 ‘토종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물량이 막히거나 불법 거래로 오해받을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양식장 가동 차질과 소비자 가격 상승, 어업인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수단이 없었던 만큼, 판별 기술 개발은 시급한 과제로 꼽혀왔다.

뱀장어 신속 판별 키트 사용 방법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뱀장어 신속 판별 키트 사용 방법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번에 국립수산과학원이 내놓은 현장용 유전자 판별 기술은 이 난제를 풀어낼 열쇠다. 극동산 뱀장어임을 단 20분 만에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 까다로운 국제 규제 절차에 대응할 근거를 마련해준다. 현장에서 누구나 간단히 사용할 수 있어 토종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통관 지연이나 오해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

자원 관리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는 현장에서 잡힌 뱀장어가 토종인지 수입산인지 불분명해 방류 사업에 혼선이 생겼지만, 앞으로는 토종만 제대로 활용되는지 즉시 검증할 수 있다. 외래종이 섞이는 상황을 차단해 생태계 교란을 막고, 토종 자원을 보존하면서 양식 산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 역시 분명하다. 국내산과 수입산이 뒤섞여 유통되면 “국내산”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쉽게 흔들리지만, 판별 기술은 이 진위를 명확히 밝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시킨다. 불법 수입종 유통을 걸러내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어업인의 생계를 지켜내는 효과도 기대된다. 결국 이번 기술은 단순한 판별을 넘어, 수입 관리와 자원 보존, 산업 신뢰를 동시에 지켜내는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극동산 뱀장어 신속 판별 키트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극동산 뱀장어 신속 판별 키트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수과원은 이번 기술을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이전과 제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용석 원장은 “국제적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뱀장어 산업과 어업인을 보호할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이 기술이 국내 뱀장어 자원 관리와 방류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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