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 올랐던 건데…한국 1급수 계곡에 널렸다는 대반전 '물고기'
2025-09-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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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맑은 계곡, 은빛 물고기의 비밀 습격
충북 충주와 제천 일대 충주호로 이어지는 맑은 계곡에서 대박 조황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청정 1급수에만 산다는 '은어'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 족대에 연이어 담기면서, 현장은 금세 은빛 잔치 분위기로 바뀌었다.

유명 낚시 유튜버 채니아빠는 최근 '호수와 연결된 초1급수 맑은 계곡에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생선이 널려 있다!'는 제목의 영상을 채널에 게재해 관심을 모았다.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낮에는 충주 하천에서 투망을 던졌지만 잡히는 건 대형 피라미나 작은 토종 민물고기뿐이었다.
쏘가리도, 기대했던 은어도 보이지 않아 낚시꾼들 어깨가 점점 처졌다. 하지만 밤이 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제천 한 계곡으로 옮긴 순간, 물속에서 반짝이는 은빛 떼가 포착됐다. 수박향이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은 맑고 상쾌했다. 실제로 은어는 서식지에서 특유의 수박 향을 풍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어는 빠른 속도와 특유의 움직임 때문에 잡기가 쉽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ㄱ'자 혹은 갈지자 모양으로 방향을 꺾으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현장에서는 팀플레이가 발휘됐다. 한 명이 랜턴 불빛으로 은어의 시야를 교란하고, 다른 한 명이 족대를 미리 위치시켜 도주 경로를 차단하는 식이었다. 은어가 돌 밑이나 벽면으로 붙는 순간을 노려 족대를 밀어 넣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패턴이 파악됐다. 은어의 도망 습성을 이해한 뒤부터는 포획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작은 개체부터 제법 굵직한 은어까지 끊임없이 잡히자 "동네 잔치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이날 밤만 해도 40~50마리가 잡혔다고 한다.
충주 일대에서의 투망은 일부 제한 구역을 제외하면 합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수원보호구역, 댐권, 시내 일부 구간에서는 금지되며, 투망으로 5cm 이하 어린 물고기를 채집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은어의 경우 금어기도 설정돼 있어 특정 시기에는 포획이 전면 금지된다. 현장 발언에 따르면 은어 금어기는 4월과 9~10월경 두 차례이며, 올해는 9월 15일부터 금어기에 들어간다. 다만 실제 법령이나 지자체 고시는 다를 수 있어 반드시 최신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은어가 서식하는 계곡은 충주호로 흘러드는 지류 대부분이다. 지도앱으로 확인하면 여울과 돌밭이 많은 소계곡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은어는 수질이 깨끗하고 물살이 센 구간을 선호하므로, 여울과 돌 밑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포인트다.

은어는 단순히 여름철 시원한 계곡에서 즐기는 민물고기가 아니라, 과거에는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진상품이었다. 조선시대 기록에 따르면 은어는 맑고 청정한 강에서만 서식하는 특성 때문에 민물고기의 왕으로 불렸고, 낙동강과 섬진강 등지에서 잡힌 은어가 특히 으뜸으로 꼽혔다.
귀하고 얻기 어려운 만큼 국가와 지방 관청에서 특별히 채포해 왕실에 올리던 진상 체계 속에 포함돼 있었으며, 실제로 어전이라 불리는 어업 특구에서 조직적으로 거둬 왕실에 바치는 사례가 고문헌에 남아 있다.
은어는 백성들이 쉽게 맛보기 어려웠고, 임금에게 먼저 진상한 뒤에야 일반에 배분할 만큼 위상이 높았다. 수라상은 각 지방 특산물이 모이는 자리였는데, 은어도 그중 하나로 장적에 진상량과 채포지가 명시될 정도로 체계적으로 관리됐다. 특유의 향과 맛은 당시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았고, 국왕 또한 이를 즐겨 먹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