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마리 한꺼번에 발견…한국 갯벌에 나타나 난리 난 최대 130kg '멸종위기 동물'
2025-09-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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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가로림만 갯벌에서 포착된 동물 정체
충남 서산 가로림만 갯벌에서 바나나 모양의 검은 형체들이 모래톱 위에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며 관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간조로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가로림만 우도 앞 모래톱에서 총 6마리의 점박이물범이 무리를 이뤄 휴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권경숙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장, 시민 10여 명은 이날 옥도에서 서쪽 방향을 관찰하며 물범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물범들은 배를 뒤집어 하얀 복부를 드러내기도 하고, 몸통과 뒷지느러미를 이용해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2~3마리만 확인됐지만 바다에서 헤엄치던 개체들이 추가로 모래톱에 올라와 최종적으로 6마리가 관찰됐다. 이들은 약 30분 간격으로 물속과 모래톱을 오가며 햇볕에 털을 말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점박이물범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유일한 해양기각류로 국가유산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에 해당한다. 성체 기준 수컷은 최대 체장 1.7m, 암컷은 1.6m에 달하며 체중은 82~130kg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인천 백령도와 가로림만에서만 관찰되는 희귀종이다. 백령도 근해에 약 300마리, 가로림만에는 1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림만은 선박을 이용하지 않고도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다.
이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4~11월 가로림만에 머물다가 겨울철에는 중국 랴오둥만 유빙지대로 이동해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유빙 감소와 서식지 훼손으로 최근에는 백령도 등 국내에서도 새끼를 낳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점박이물범의 개체수는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940년대 서해에 8000여 마리가 서식했으나 현재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1980년대 2300여 마리에서 2010년 600~800마리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가로림만이 2006년부터 추진되던 조력발전소 건설이 백지화되고 국내 최초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는 점박이물범의 역할이 컸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국책연구기관과 지자체가 물범 서식지 훼손을 이유로 개발계획을 반려한 것이다.
권경숙 센터장은 경향신문에 "만조 때 바다가 됐다 간조 때 벌판이 되는 갯벌은 개발 시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간척의 대상이 됐다. 서해안에서만 갯벌 3분의 1이 사라졌다"며 "해양보호생물인 점박이물범이 이곳에 머무른다는 점에 덕분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점박이물범은 환경오염, 밀렵, 관광지 개발, 어류 남획 등 다양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특히 연안 개발과 선박 운항으로 인한 서식지 교란, 어망에 걸려 폐사하는 사고 등이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로림만에서는 점박이물범 외에도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 등 해양보호생물과 국제적 보호조류인 저어새 3마리도 함께 관찰돼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 야생동식물보호법과 해양생태계보전관리법의 엄격한 적용과 함께 종 보호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