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약 2400마리만 남았는데…한국서 포착돼 화제인 '멸종위기' 생명체

2025-09-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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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만에서 발견된 세계적 멸종위기종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5-1호인 저어새가 국내서 관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저어새 확대한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저어새 확대한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15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천만에서는 저어새들이 관찰됐다. 전 세계 개체 수가 약 2400여 마리에 불과한 이 희귀 조류가 국내에서 확인되면서 학계와 환경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어새는 동아시아에서만 번식하는 국제적 보호종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천만에서 관찰된 저어새는 이 지역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천만은 다양한 철새의 중간 기착지로 알려져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저어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남해안 지역이 저어새에게도 중요한 서식지로 평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어새는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중대형 조류로, 몸길이는 약 74cm에 달한다. 수컷과 암컷의 외형이 거의 비슷하며, 몸 전체가 흰색을 띠고 긴 부리가 특징적이다. 부리는 끝이 주걱 모양으로 넓게 퍼져 있어 물속을 휘저으며 먹이를 잡기에 적합하다. 다리는 검은색이며, 번식기에는 머리에 장식깃이 생겨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어린 개체는 부리가 살빛을 띠며 날개 끝이 검은색을 보여 성체와 구분된다.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 / 국립생물자원관
세계적 멸종위기종 저어새. / 국립생물자원관

이들은 주로 갯벌, 강 하구, 얕은 습지 등에서 서식하며 부리를 좌우로 흔들어 작은 물고기와 새우, 곤충 등을 잡아먹는다. 먹이활동 방식이 독특해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저어'라는 말은 '휘저어 먹이를 찾는다'는 데서 유래했다.

저어새의 번식지는 제한적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1개씩 번식지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에서 번식한다. 특히 비무장지대(DMZ) 인근 섬이나 인천 연안의 인공섬이 주요 산란지다. 이곳에서 4~6개의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며, 여름철새로 분류된다. 번식기를 마친 개체들은 가을철이 되면 이동을 시작해 중국 남부,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일부는 제주도와 서남해안 하구 습지에서 소규모 무리를 지어 월동하기도 한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약 24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 정부 또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저어새. / 국립생물자원관
저어새. / 국립생물자원관

개체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먹이 자원의 감소다. 개발로 인한 갯벌 소실, 하구 매립, 양어장 축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번식지 주변에서의 인위적 간섭과 기후변화도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저어새는 번식지와 먹이터가 제한적이어서 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은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를 보유한 국가로, 보존 책임이 막중하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어새 주요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등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 송도와 강화도 인근 무인도, DMZ 일대는 저어새의 대표적인 번식지로 관리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국제적으로도 보호 가치가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또한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은 매년 개체 수를 모니터링하고, 서식지 환경 개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먹이터인 갯벌을 지키고 불법 어업 활동을 줄이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저어새 무리. / 국립생물자원관
저어새 무리. / 국립생물자원관

저어새의 등장은 단순히 희귀한 새의 출현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어새는 갯벌과 하구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종으로, 그들의 서식 현황은 곧 해당 지역 생태계의 상태를 보여준다. 저어새가 안정적으로 번식하고 먹이를 찾는다는 것은 해당 갯벌과 습지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저어새가 사라진다면 생태계의 붕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저어새 보존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번식지는 한국에 집중돼 있으나, 월동지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국제 공동 보호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갯벌 감소는 저어새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앞으로는 서식지 보호와 더불어 인공섬, 복원 갯벌 등 대체 서식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의 공존 방안, 관광과 보호의 균형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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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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