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총도 막지 못했다…국내 농가 덮친 최대 300kg '야생 위험동물' 정체
2025-09-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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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눈물, 멧돼지가 삼켜버린 수확의 희망
멧돼지 천국, 농민은 공포의 한가운데
강원지역 농가들이 또다시 ‘야생 멧돼지 공포’에 휘말리고 있다. 몸무게가 최대 300kg에 달하는 멧돼지가 옥수수밭을 휩쓸고 가면서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엽총 사격이나 울타리 설치도 무용지물이라는 하소연이 이어지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지난 15일 찾은 강원 홍천의 한 농가. 옥수수밭 한쪽은 마치 전쟁터처럼 초토화돼 있었다. 수십 개의 옥수수대가 쓰러져 있었고, 먹다 남은 옥수수 이삭과 심지가 흩어져 있었다.
농민 김미정 씨는 “엽총을 쏘고 울타리도 설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결국 직원들과 수시로 밭을 돌며 관리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5,000평 규모의 밭에서 멧돼지와 고라니, 너구리까지 넘나들며 올해 수확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춘천에서 20년째 옥수수 농사를 짓는 안동우(70)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수렵관리협회 활동도 병행하는 그는 “가을이 되면 산에 먹이가 없어 농가 피해가 가장 크다”며 “지난해만 해도 멧돼지 100~150마리를 직접 잡았다. 이제는 자치단체 차원의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멧돼지 개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멧돼지 포획 수는 2022년 5,745마리에서 2023년 8,140마리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피해 면적 역시 130만㎡에서 190만㎡로 40%가량 증가했다. 잡아도 줄지 않고, 오히려 피해는 더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매체에 따르면 농가들은 단순 포획을 넘어선 실질적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엽사 인력 확대, 전기 울타리 확충, 피해 보상 제도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특별자치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도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소규모 농가에는 울타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관련 조례에 따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는 2008년부터 ‘야생생물 피해 예방 및 보상 지원 조례’를 시행하며 피해 농가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농민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포획 수가 늘어도 멧돼지의 번식력은 강하고, 먹이가 부족한 계절마다 농가 습격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농경지 주변 서식지 관리, 광역적 포획 전략, 주민 참여형 대응 시스템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엽총도 막지 못하는 야생 멧돼지의 습격은 단순한 농가 피해를 넘어, 지역 사회 전반의 안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농민들은 “언제 또 밭이 짓밟힐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멧돼지를 마주쳤을 때 꼭 알아야 할 대처법 5가지
도망치지 말고 침착하게
멧돼지는 달리기가 매우 빠르다. 갑작스럽게 도망치면 추격 본능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는 게 우선이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천천히 거리 두기
눈을 마주치는 행동은 위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멧돼지를 자극하지 않도록 시선을 피하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 안전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큰 소리·급격한 동작 피하기
박수치거나 고함을 지르는 행동은 멧돼지를 흥분시킬 수 있다. 오히려 공격성을 높일 수 있으니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은폐물이나 높은 곳으로 피하기
가까이 다가오면 나무나 큰 바위 같은 은폐물 뒤로 몸을 숨기거나, 가능한 경우 높은 곳으로 올라 멧돼지의 접근을 피해야 한다.
즉시 112에 신고하기
멧돼지를 발견한 위치와 상황을 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지자체나 수렵 관리 인력이 출동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