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사망 1주기…MBC, 31년 만에 기상캐스터 폐지한다

2025-09-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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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1주기에 발표

MBC가 31년 만에 기상캐스터 제도를 없앤다. 지난 15일 MBC는 기존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들은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직접 취재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故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 오요안나 SNS
故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 오요안나 SNS

MBC는 1994년부터 여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에게 날씨 예보를 맡겨왔다. 이는 1990년대 초 대다수 방송사가 여성 캐스터와 계약을 맺고 기상 보도를 진행하던 흐름에 따른 변화였다. 그 전까지 기상 보도는 주로 정규직 남성 기자, 특히 군 장교 출신 기상 관측 담당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MBC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일반 공개 채용을 통해 기상·기후 전문가를 새로 뽑을 계획이다.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 또는 자격증 보유자, 관련 업계 5년 이상 경력자로 제한된다.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도 응시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은 추후 공개된다.

다만 제도 개편이 고(故) 오요안나 전 MBC 기상캐스터의 1주기에 맞춰 이뤄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캐스터도 지원 가능하다면 사실상 이름만 바꾼 제도 아니냐”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개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오씨는 MBC에서 근무하던 중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졌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MBC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오씨의 유족 역시 이번 개편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엔딩크레딧’과 함께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서 “MBC의 제도 폐지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곧바로 해고될 수 있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MBC는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위로를 전한다”며 “민사소송 당사자 간 동의가 이뤄지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리랜서 노동 현실 역시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방송사와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들은 정규직과 다름없이 방송 시간을 맞추고 생방송 시간에 얽매여 일하지만, 고정 월급이나 4대 보험 같은 기본적 노동 조건은 보장받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소속 직원처럼 일하면서도 법적 지위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계약이 끝나면 언제든 해고와 다름없는 상황에 놓인다. 오씨가 호소했던 문제 또한 이런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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