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를 50명이 나눠 먹는다…무게 50kg 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과일'
2025-09-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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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55kg, 길이 90cm 달해
동남아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길거리 시장에서 커다란 초록빛 과일이 잘려 나간 채 팔리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수박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바로 잭푸르트다.

태국에서는 카눈(Kano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과일로 알려져 있다. 보통의 잭푸르트는 10~20kg 정도지만, 큰 것은 무게가 55kg을 넘고 길이가 90cm 이상에 달한다. 잭푸르트는 한 개가 50명 이상이 나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서 ‘한 과일로 한 마을이 배부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기네스 세계 기록에 따르면 잭푸르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열매로 등재돼 있다.
잭푸르트 나무 한 그루는 연간 200개에서 500개의 열매를 생산한다. 껍질은 두껍고 거칠며 초록색이나 황갈색을 띠고, 안쪽에는 노란 과육이 빼곡하다. 과육 하나하나는 씨앗을 감싸며 독립된 덩어리처럼 분리돼 있고, 바나나·파인애플·망고를 섞은 듯 달콤하고 쫀득한 맛이 난다. 아직 덜 익었을 때는 전분질이 많아 요리에 활용되며, 잘 익으면 꿀처럼 달아 현지 길거리 간식과 디저트로 인기가 높다.
학명은 Artocarpus heterophyllus로, 뽕나무과 빵나무속에 속한다. 원산지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이며, 현재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열대 지역 전역에서 재배된다. 두리안과 종종 비교되지만 크기와 향, 맛, 식감 모두 다르다.

영양학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잭푸르트는 비타민 C, A, 칼륨, 마그네슘, 식이섬유,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다.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주는 동시에 열량은 비교적 낮아 건강식으로 손꼽힌다. 씨앗 역시 삶거나 볶아 먹을 수 있는데, 밤이나 감자처럼 고소한 맛이 나 별미로 즐겨 먹는다. 서구권에서는 덜 익은 잭푸르트가 ‘비건 고기’로 불리며 주목받는다. 섬유질이 질기고 쫄깃해 풀드 포크(찢은 돼지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기 때문에 샌드위치, 타코, 버거 등에 대체육으로 활용된다.
보관과 손질은 쉽지 않다. 껍질이 두껍고 끈적이는 수액이 흘러 칼이나 손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손과 칼에 기름을 바르고 과육을 발라내는 방식을 쓴다. 한국에서는 일부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과육만 포장해 판매하고 있으며, 크기와 무게 탓에 통째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다.
잭푸르트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현지 문화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태국에서는 풍요와 다산을 뜻하는 과일로 축제와 제사에 쓰이고, 인도에서는 오랜 설화와 종교적 상징에도 등장한다. 농촌에서는 잭푸르트 나무가 있으면 한 해 먹거리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속담까지 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과일이지만, 한 번 맛을 보면 그 독특한 달콤함과 쫄깃한 식감에 빠져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