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함께 살았는데…“ 유언 무시당한 한 남성의 절규
2025-09-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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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과 20년 넘게 사실혼 관계 이어온 남성 사연
20년간 사실혼으로 함께 지낸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아내의 전혼 자녀들이 갑자기 나타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는 남성 A씨가 고통을 털어놨다.

A씨는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전처와 사별한 후 어린 자식들을 혼자 길러냈다.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돼 독립한 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자연스럽게 동거를 시작했다.
아내는 과거 결혼 경력이 있었고 자녀도 있었으나 전남편이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고 전했다.
이후 아내와 A씨는 아내 명의의 빌라에서 함께 살았다. A씨는 1층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했고, 2층은 공동의 거처로 삼았다.
둘은 혼인신고 없이 20년을 넘게 사실혼 관계를 이어갔다. A씨는 아내가 자신의 자식들을 친자식처럼 대했고 자식들 역시 아내를 '엄마'라 부르며 따랐다. 양쪽 집안의 대소사도 잘 챙기고 함께 여행을 다니며 일상의 행복을 누렸다.
그러던 중 아내는 암 진단을 받았다. 투병에 앞서 아내는 공정증서를 작성했고, 여기에 "20년 넘게 같이 산 A씨가 내가 없는 뒤에도 이 집에서 살아야 한다"며 빌라 소유권을 A씨에게 주겠다는 뜻을 담았다.
A씨는 2년간 아내를 간호했으나 결국 사별했다. 장례를 치른 뒤 유언에 따라 빌라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간 소식이 없던 아내의 전혼 자녀들이 나타나 "당신은 법적 권리가 없으니 집을 즉시 비우라"고 주장했다. A씨는 "정말 이 집을 나가야 하느냐"며 도움을 구했다.
우진서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상속 재산이 있으면 알음알음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 상속인에 배우자가 포함된다고 해서 모두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 배우자만을 가리킨다. A씨처럼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기간이 길어도 상속권이 없다. 아내가 이를 알고 미리 유언으로 빌라를 증여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자녀들은 법정 상속인에 해당하므로 유언으로 증여된 빌라에 대해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그 경우 A씨는 해당 몫을 돌려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 변호사는 또 "연금 관련 법령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 배우자에 포함해 유족 연금이나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경우 상속인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면 사실혼 배우자를 예외적으로 보호한다. 임차권 승계나 특별연고자 지정처럼 제한적 보호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