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바뀐 국가 위암 검진, 꼭 확인하세요"
2025-09-1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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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검진의 새로운 국제 표준, 무엇이 달라졌나?
데이터로 본 위암 검진의 미래, 어떻게 달라질까
국립암센터가 10년 만에 국가 위암 검진 권고안을 새롭게 개정했다. 이번 권고안은 국제 표준 방법론을 도입해 개발된 것으로, 위암 검진 체계의 과학적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국제 표준에 맞춘 과학적 개정
국립암센터는 지난 1일 공청회를 열고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GRADE(권고 평가·개발 등급화 기준) 방법론을 적용한 국가 위암 검진 권고안을 공개·검토했다고 밝혔다. GRADE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코크란(Cochrane) 등 주요 국제기구가 채택하는 가이드라인 개발 표준으로, 근거의 확실성과 질, 이익과 위해의 균형, 환자 선호도와 자원 사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체계적인 접근 방식이다.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엄격한 과정을 거쳐 국내외 6,800여 편의 문헌을 검토하고 전문가 논의를 통해 한국 실정에 맞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 위암 검진 권고안의 변화
국가 위암 검진은 2001년 국립암센터와 관련 학회가 공동 개발한 이후 위암 생존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15년 개정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마련된 이번 권고안은 기본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검진 방법으로 권고하면서도 적용 범위와 조건을 보다 정교하게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권고 연령은 만 40세부터 74세까지이며, 위내시경 주기는 2년으로 설정됐다. 기존에 의사 상담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위장조영촬영 검사는 ‘위내시경을 시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한층 더 제한해 사실상 보조적 대안으로만 인정했다. 이는 위내시경 검사의 효과성과 신뢰성을 강조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 공청회 주요 논의
이번 공청회에서는 검진 연령과 방법 외에도 위내시경 검사의 질 관리, 고령층에서의 검진 필요성, 위암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전략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됐다. 대한검진의학회 윤중원 총무이사, 대한복부영상의학회 이동호 진료지침이사, 대한소화기학회 정현수 학술위원, 대한위암학회 류근원 이사장 등 학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현장에서는 위암 발생 위험이 높은 집단에 대한 선제적 관리 필요성과 고령 환자의 과잉검진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이에 따라 향후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과학적 근거 기반의 검토 과정
개정위원회는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체계적인 문헌 검색과 선별, 근거의 확실성 평가, 이익과 위해의 균형 검토, 환자 가치와 선호도 반영, 자원 사용 고려, 권고 강도 결정 등 여러 단계의 검토를 거쳤다. 이를 통해 각 권고의 근거 수준을 ‘높음·중등도·낮음·매우 낮음’으로 나누고, ‘강한 권고’와 ‘선택적 권고’를 구분해 제시했다. 최일주 개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은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방대한 문헌 검토와 메타분석, 시뮬레이션 모델링 분석, 한국인 데이터를 반영한 결과”라며 “우리나라 위암 검진 체계를 더욱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의료의 선진성 반영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번 개정은 한국 의료의 선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한국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위내시경 검진의 효과를 근거로 삼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권고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위암 발생률이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위내시경 검진을 통해 생존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 권고안 역시 그러한 성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토대를 제시한 셈이다.
◆ 대장암 검진 개정과 연계
국립암센터는 앞서 대장암 검진 권고안도 새롭게 개정한 바 있다. 기존에 분변잠혈검사가 중심이었던 대장암 검진에 대장내시경을 주요 검진 방법으로 추가한 것이다. 개정안은 분변잠혈검사와 대장내시경 모두 검진 연령을 45세에서 74세까지로 설정하고, 대장내시경 주기는 10년으로 정했다. 위암 검진과 대장암 검진 개정 모두 조기 진단과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가 암 검진 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향후 전망
위암 개정 권고안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권고안을 주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생활 습관 변화로 위암 발생 양상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맞춤형 검진 전략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 방안이 꾸준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단순히 검진 주기나 방법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 건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개정은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위암 관리 모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의 일환이다. 국립암센터가 마련한 권고안은 위암 검진이 단순한 조기 발견 차원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국가 보건 정책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