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7년 만에…한국서 3마리나 포착된 몸길이 2m 넘는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9-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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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동물

국내에서 77년간 보기 힘들었던 검독수리 번식 현장이 제주 한라산에서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와 부모, 새끼가 동시에 확인된 것은 1948년 이후 처음이다.

제주도 한라산 북쪽 절벽의 둥지에서 발견된 검독수리 / 국립생태원 제공
제주도 한라산 북쪽 절벽의 둥지에서 발견된 검독수리 /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한라산 북쪽 지역 해발 90m 높이 절벽 아래쪽에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를 찾아냈다고 16일 발표했다. 둥지 규모는 가로 2m, 세로 1.5m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지난 5월 이 둥지에서 검독수리 암컷과 수컷, 그리고 새끼 1마리가 생활하는 장면을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망원렌즈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발견된 성체들은 모두 6년 이상 자란 어른 개체로 분석됐으며, 새끼의 성별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의 단초는 작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Y계곡 입구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했고, 이를 계기로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와 공동으로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서식지 탐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발견된 둥지는 마른 나뭇가지를 층층이 쌓아 만든 구조물로, 내부에는 마른 풀잎과 푸른 솔가지가 깔려 있었다. 검독수리는 넓은 구역에 여러 개의 둥지를 마련해두고 번갈아 사용하는 습성이 있지만, 번식지 자체는 잘 바꾸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때문에 연구진은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지속적인 번식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독수리 수컷 성체 / 국립생태원 제공
검독수리 수컷 성체 / 국립생태원 제공

한반도에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와 함께 성체 부부, 새끼가 한꺼번에 관찰된 사례는 1948년 4월 미군 장교가 경기도 예봉산과 천마산 절벽에서 성체와 둥지를 발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77년간 검독수리의 번식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국내 조류학계에 큰 의미를 갖는다.

검독수리는 수리목 수리과에 속하는 대형 맹금류로, 날개를 완전히 폈을 때 길이가 2m를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는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 지역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주로 겨울철 산간 지역과 습지 주변에서 극소수 개체만이 관찰되어 왔다.

이들의 주요 먹이는 사슴, 토끼, 고라니 등의 포유동물과 오리류, 꿩류 등의 조류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동물 사체도 섭취한다. 번식기에는 1월에서 2월 사이에 1~4개의 알을 낳고 44~45일간 품으며, 부화한 새끼는 70~102일 정도 둥지에서 자란다.

검독수리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검독수리 /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검독수리는 1973년 천연기념물로,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각각 지정되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며 초식동물 개체 수 조절과 사체 청소 등의 기능을 담당해 건강한 산림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여겨진다.

이창석 국립생태원장은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 발견은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다"면서 "제주도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검독수리 서식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검독수리가 7월 이후 둥지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을 확인했으나, 번식지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발견이 국내 멸종위기종 보호와 생태계 보존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튜브, 환경부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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