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데…9월부터 대거 나타난다는 '해로운 생명체' 정체

2025-09-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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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넘어 가을까지…불청객의 습격

한때 모기는 여름철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무더운 장마철, 밤마다 윙윙대며 잠을 설치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모기였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모기의 활동 시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여름철 폭염과 가뭄으로 개체 수가 줄어든 반면, 기온이 내려가는 9월부터 오히려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다수의 모기 알들.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다수의 모기 알들.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지난 16일 발표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채집된 모기는 1만6997마리였으며, 이 중 9~11월에 잡힌 개체는 9234마리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이는 여름철(6~8월)에 잡힌 6691마리보다 38% 많은 수치다. 실제로 가을철 모기가 여름보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기가 가을에 많아진 이유는 기후 조건과 직결된다. 모기는 변온동물로, 섭씨 26~27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이때는 수명도 약 3주로 길다. 그러나 30도를 넘어가면 체온 상승으로 인해 수명이 2주로 줄어들고, 33도를 넘는 폭염에서는 생존이 어려워진다.

올여름 전국적으로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은 28.1일로, 평년보다 17.5일 많았다. 장마도 영향을 미쳤다. 모기는 고인 물에 알을 낳는데, 장마가 짧고 국지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웅덩이가 말라버리거나 유충이 쓸려 내려가 번식이 원활하지 않았다. 반대로 가을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20도대 후반으로 내려가자 모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모기.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모기.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모기는 섭씨 13도 밑으로 떨어지면 흡혈 활동을 멈추고, 5도 밑에서는 날지 못한다. 다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빨간집모기처럼 일부 종은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나기도 한다. 지하실이나 지하철, 창고 등 따뜻하고 습한 공간에 몸을 숨긴 채 대사 활동을 최소화하고 4~5개월을 버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내 난방이 있는 아파트나 건물에서는 겨울철에도 모기가 출몰할 수 있다.

모기에 관한 속설은 많지만 그중 상당수는 과학적으로 사실과 다르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모기가 O형 혈액형을 좋아한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모기가 사람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인은 혈액형이 아니라 체취와 체열,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또 검은 옷을 입으면 모기에 잘 문다는 속설도 있는데, 실제로는 옷 색깔보다 땀 냄새와 체온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모기가 사람을 무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에 약 3500종의 모기가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 암컷만이 흡혈을 한다. 수컷 모기는 사람의 피를 전혀 빨지 않고 주로 꽃의 즙을 먹고 산다. 여름철 많이 사용하는 시트로넬라 향초가 모기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효과는 미미하며, 공식적으로 검증된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모기는 한 번만 문다는 인식 역시 잘못된 것이다. 모기 한 마리는 여러 번, 여러 부위를 반복해서 물 수 있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처럼 널리 퍼진 오해와 달리 모기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아는 것이 여름철 모기 대비에 더 큰 도움이 된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모기는 사람의 체열, 이산화탄소, 냄새를 종합적으로 감지해 숙주를 찾는다. 체표면적이 큰 사람, 남성, 어른일수록 모기에 더 잘 물리는 경향이 있다. 흡혈 과정에서 모기는 타액을 피부에 주입하는데, 이 성분이 가려움과 부기를 유발한다. 게다가 피를 빠는 동시에 소변을 배출하기 때문에, 모기는 말라리아·뎅기열 같은 질병 매개체로도 악명이 높다.

모기는 비행 능력도 뛰어나다. 잠자리 다음으로 정밀하게 호버링과 후진, 급기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알 부화에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 가뭄이 들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집중호우가 오면 유충이 쓸려 내려가 번식이 실패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후 조건이 곧 개체 수 변동을 좌우한다.

모기를 막기 위해서는 실내외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하수구, 화분 받침 접시, 베란다의 작은 물웅덩이처럼 고인 물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다. 기피제 사용도 효과적이다. 디에틸톨루아미드(DEET)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모기의 후각을 마비시켜 접근을 막는다. 효과는 4~5시간 지속된다. 다만 농도에 따라 사용 연령 제한이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DEET 10% 이하 제품은 생후 6개월 이상, 10~30% 제품은 12세 이상부터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에센셜 오일이나 향초는 보조 수단일 뿐, 신체에 직접 바르는 기피제나 방충망, 모기장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예방법이다.

모기는 더 이상 여름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폭염과 가뭄으로 여름 개체 수가 줄어드는 대신, 가을이 되면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기후 변화가 낳은 이 새로운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9월부터 대거 나타나는 이 해로운 생명체에 맞서기 위해서는, 잘못된 속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보와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하다. 방역과 환경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을밤 모기의 습격은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 JTBC News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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