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가득한 입 속에 새끼를 키운다…모성애가 유별나다는 '야생 동물'
2025-09-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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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 새끼를 돌보는 습성으로 유명
파충류 가운데서도 독특하게 새끼를 돌보는 습성이 강한 종이 있다. 일반적으로 파충류는 알을 낳은 뒤 둥지를 떠나며 이후의 생존은 새끼 스스로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악어는 일정 기간 둥지와 새끼를 지키며, 부화 직후에도 보호 행동을 보인다. 이는 악어가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 온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암컷 악어는 산란기에 강가, 늪, 습지 등 물가에 둥지를 짓는다. 둥지는 흙, 모래, 낙엽, 풀 등을 쌓아 올린 형태로, 내부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만들어진다. 둥지 내부의 온도는 단순히 부화를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태어날 새끼의 성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보통 31도 이하에서는 암컷이, 32도에서 33도 사이에서는 수컷이, 34도 이상에서는 다시 암컷이 태어난다. 이처럼 환경 온도에 따라 성비가 결정되는 특성을 ‘온도 의존적 성 결정’이라고 한다.
한 번 산란할 때 낳는 알의 개수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에 달한다. 알의 부화 기간은 약 65일에서 90일 정도이며, 이 기간 동안 어미는 둥지를 떠나지 않고 주변을 경계한다. 새, 도마뱀, 포유류, 심지어 다른 악어 같은 천적이 알을 노리기 때문에 어미의 경계는 필수적이다.

부화 시기가 다가오면 새끼 악어는 알 안에서 특수한 기관인 ‘에그투스(egg tooth, 알치기 이빨)’를 이용해 껍질을 깨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새끼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는데, 어미는 이 소리를 듣고 둥지를 파헤쳐 부화 과정에 직접 개입한다. 어미는 껍질을 물어 뜯어 새끼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갓 부화한 새끼는 길이가 20cm 남짓에 불과해 매우 연약하다. 작은 물고기, 새, 육식성 포유류, 다른 악어 등 다양한 천적에게 쉽게 희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미는 새끼를 입에 물어 물가나 안전한 은신처로 옮긴다. 이 장면은 겉으로 보면 새끼를 잡아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부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보호 행동이다. 어미의 입은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 차 있어 위험해 보이지만, 새끼를 물 때는 압력을 섬세하게 조절해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악어의 턱은 수백 킬로그램의 압력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동시에 힘을 완벽하게 빼는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부 종에서는 부화 직후 새끼를 입에 물고 물속으로 옮긴 뒤 일정 기간 근처에서 머물며 천적을 막아준다. 새끼가 스스로 먹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그제야 어미는 떠난다. 다만 새끼가 성체로 성장할 확률은 극히 낮다. 보통 수십 개의 알 중에서 어른이 되는 개체는 1~2마리에 불과하다. 이러한 낮은 생존률 속에서 어미의 보호 행동은 그나마 종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악어의 번식과 새끼 보호 방식은 파충류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 흔히 차갑고 무정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알을 지키고 새끼를 입에 태워 옮기는 등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양육 행동을 보인다. 이는 악어가 오늘날까지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