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씨 말랐다…10kg 9만 원까지 치솟아 난리 난 '이 과일' 정체
2025-09-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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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여파, 사과 대과 품귀 현상 심각
추석 앞둔 소비자들의 고민, 사과 가격 양극화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가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동안 금값처럼 치솟았던 일반 사괏값은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용 대과(大果)는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귀해지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북 안동시 예안면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유권(71) 씨는 전날 대표 추석 품종인 ‘홍로’를 수확하며 “차례상에 올릴 만한 사과 대과는 구경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약 2만㎡(6000평) 규모 과수원의 절반가량을 수확했지만, 무게 375g 이상에 색깔까지 곱게 입은 특품 사과는 20kg 한 상자 채 나오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최소 2~3상자는 거뜬히 확보되던 물량이다.
이유권 씨는 “7월부터 이어진 폭염과 가뭄 탓에 사과가 제대로 크지 못했고, 일교차까지 적어 착색도 고르지 못했다”며 “특품급 사과는 씨가 마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는 대형 산불, 이상기후, 기록적 폭염이 겹치면서 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사괏값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홍로(상품) 10kg 중도매인 판매 가격은 6만 864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6만 8976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1개월 전 10만 원을 넘었던 가격과 비교하면 3만 원 넘게 떨어지며 안정세를 찾았다. 추석이 예년보다 늦어 수확 시기가 늘어난 덕분에 물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대과다. 크기와 빛깔이 뛰어나 제수용·선물용으로 선호되는 대과는 사실상 ‘품귀 현상’에 들어갔다. 경북의 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300~375g이 넘는 대과 수매가로 10kg당 10만~12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8만~9만 원보다 25~33% 오른 가격이다. 중간 유통 단계에서 포장비와 물류비가 더해지면 소비자 가격은 20% 더 비싸진다. 일반 사과보다 두 배 넘게 비싼 셈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대과 물량은 크게 줄었다. 안동농산물공판장에 따르면 추석 20일 전인 지난 16일 특2 홍로 대과 출하량은 20kg 428상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736상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대과는 사실상 실종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제수용으로 대과를 찾는 수요는 여전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부담은 불가피하다. 백화점에서 선물용으로 판매되는 최고급 대과는 10kg당 12만 원에 달하고, 대형마트에서 제수용으로 내놓은 대과도 소비자가격이 9만 원 안팎이다. 결국 차례상을 차리려는 가정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셈이다.
다만 아쉬운 대로 대과 대신 일반 사과로 제수를 준비한다면 비용 부담은 다소 줄어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서울 가락시장 기준 추석 성수기(9월 22일~10월 5일) 사과 10kg 도매가격이 작년 5만 5700원에서 올해 5만 3000원으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석 차례상 필수 과일인 사과, 특히 대과의 희소성과 가격 급등은 올해 이상기후와 농가 피해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수용 과일 선택을 조정하거나, 합리적인 대체재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