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나…마트 할인 행사서 식재료 산 사람이라면 분노할 '이 소식'
2025-09-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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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의 눈속임 할인, 소비자는 속았다
명절이나 연휴, 대형 마트에서 진행되는 농산물 할인 행사를 믿고 장을 본 소비자라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농산물 할인 지원사업이 중소 유통업체를 배제하고 대형 업체 위주로 운영된 데다, 할인 효과조차 소비자보다 대형 유통업체 이익으로 돌아간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농식품부의 주요 사업을 점검한 결과, 농산물 할인 지원사업은 애초 취지와 달리 대형 업체 요구를 그대로 반영해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2~5월에는 원래 지정되지 않았던 사과, 애호박 등 48개 품목에 무려 33억8000만 원이 추가 지원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예비비 119억 원을 들여 대형 업체 전용 할인 행사를 열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소 유통업체는 철저히 배제됐다.
품목 선정도 문제였다. 가격상승률만 기준으로 삼아 소비자 지출 비중이 큰 오이, 대파, 마늘 같은 생활 밀착형 품목이 빠졌다. 결과적으로 실제 물가 안정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형 마트들이 할인 행사 직전 가격을 올리고, 그 기준으로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대형 6개 업체가 진행한 313개 품목 중 132개가 행사 직전에 가격을 인상했다. 이 가운데 45개 품목은 무려 20% 이상 올린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이 진행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행사라 믿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인상된 가격에서 깎아낸 '눈속임 할인'을 경험한 셈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알고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할인 지원금은 소비자 혜택이 아닌 대형 업체의 매출 증대 수단으로 변질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역시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aT는 2024년 여름철 가격 안정을 위해 9000톤의 봄배추를 비축했지만, 가격이 안정세였던 7~8월 초에만 4169톤을 방출했다.

문제는 이후 9월에 배추 가격이 급등했을 때 대응할 물량이 바닥났다는 것이다. 실제 10㎏당 배추 가격은 4만1483원까지 치솟았지만, 추가 조치를 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방출 계획을 집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가격 전망을 담당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경연은 2024년 9월 배추 가격을 10㎏당 1만5000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가격은 2만4873원으로 집계됐다. 무려 40% 가까운 오차였다.
이 같은 오류는 저장업체의 저장량과 출하 시기를 조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최근 3년간 여름철 배추 가격 전망의 최대 오차율이 48%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예측이 빗나가면서 농민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떠안았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총 25일간 진행됐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중소 유통업체 배제 금지 △가격 인상 후 할인 행사 방지 모니터링 체계 구축 △계절별 소비자 지출 비중을 반영한 품목 지정 등을 요구했다.
또 aT 사장에게는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기 방출을 중단하도록 지시했고, 농경연 원장에게는 저장업체 조사를 누락한 상태에서 가격 전망을 내놓지 못하도록 농업관측 업무를 강화하라고 통보했다.
소비자들은 할인 행사라 믿고 장을 보지만, 실제로는 가격 인상 후 형식적인 할인을 적용해 대형 업체 이익만 커지는 구조가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한 농산물 할인 지원사업이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보다는 대기업 위주 지원으로 변질된 만큼, 소비자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형식적인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와 소비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조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