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꼭 먹어봐야 한다고…입안에서 바로 사라진다는 '전설의 과일'

2025-09-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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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과육안에 까만 씨, '천사의 과일'로 불려

19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 마크 트웨인은 생전에 체리모야(cherimoya)를 두고 “죽기 전에 반드시 먹어야 할 과일”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만큼 이 과일은 독특한 맛과 향, 영양학적 가치로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아 왔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 연합뉴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 연합뉴스

체리모야는 남미 안데스 산맥 일대가 원산지다. 주로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고지대에서 재배되었고 이후 스페인, 포르투갈, 이스라엘, 인도 등지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와 농업 기술 발달 덕분에 한국의 일부 지역, 특히 아열대성 작물을 실험적으로 재배하는 남부 지방에서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겉모습은 다소 특이하다. 녹색 비늘 모양이 겹겹이 덮여 있어 처음 본 사람은 용과나 아티초크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속을 열면 하얀 과육이 가득 차 있고, 여기에 까만 씨가 흩어져 있다. 이 과육은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을 지니며, 맛은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딸기, 복숭아가 어우러진 듯 복합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체리모야는 ‘천사의 과일(fruit of the angels)’이라 불리기도 한다.

체리모야의 영양학적 가치는 매우 높다. 100g당 약 75~80kcal로 비교적 낮은 열량을 가지고 있으며, 비타민 C와 B군, 특히 B6가 풍부하다.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강화에 기여하고, 비타민 B6는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 혈압 조절과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체리모야 자료사진 / lindasky76-shutterstock.com
체리모야 자료사진 / lindasky76-shutterstock.com

식이섬유 역시 풍부해 장 건강에 좋으며, 소화를 원활하게 돕는다. 체리모야의 항산화 성분인 카로티노이드와 폴리페놀은 세포 손상을 줄여주고 노화 방지에 기여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과육과 껍질에 들어 있는 아세토제닌 계열 성분이 암세포 억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섭취 방법은 간단하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뒤 과육만 떠먹으면 된다.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냉동 보관 후 아이스크림처럼 얼려 먹기도 한다. 또한 스무디, 요거트 토핑, 잼, 샐러드 재료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지방에서는 체리모야를 활용한 디저트와 음료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체리모야를 고를 때는 겉이 너무 단단하지 않고 살짝 눌렀을 때 말랑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덜 익은 상태에서는 떫고 단단하지만, 상온에서 2~3일 두면 자연스럽게 후숙되어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단, 너무 오래 두면 과육이 물러지고 당도가 떨어지므로 적절한 시점에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리모야 자료사진 / S Nilofar-shutterstock.com
체리모야 자료사진 / S Nilofar-shutterstock.com

주의할 점도 있다. 씨에는 독성이 있어 먹어서는 안 된다. 껍질 또한 섭취하지 않고 과육만 먹어야 한다. 또한 당분 함량이 높은 편이라 당뇨 환자는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마크 트웨인이 감탄한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이 아니었다. 당시 신대륙에서 전해진 희귀 과일 가운데 체리모야는 그 향과 질감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지녔다. 오늘날에도 체리모야는 흔한 과일은 아니지만, 한 번 맛본 사람이라면 잊기 어려운 경험을 남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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