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추석 코앞인데 수확량 곤두박질쳐 난리 난 ‘한국 식재료’

2025-09-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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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가 부른 송이버섯 대란
위기의 송이, 농가의 눈물

산불과 가뭄, 늦더위까지 겹친 이상기후가 올 가을 송이버섯 생산량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는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부르는 게 값’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송이 농가의 불안은 커지고, 제도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송이버섯 / 연합뉴스
송이버섯 / 연합뉴스

농민신문, 충북일보 보도에 따르면 송이 주산지인 강원 양양에서는 예년 같으면 9월 초 첫 수확과 공판이 이뤄지지만 올해는 가뭄과 늦더위 탓에 상황이 부진하다. 이미 수확이 늦어지고 품질 저하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역 전문가들 역시 올해 작황을 ‘보통’에서 ‘약간 흉작’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추석 전에는 한정된 물량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경북 지역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 지난 3월 영남권 산불로 주요 산지가 불타 송이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보인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올해 전국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약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공판량은 7만832㎏으로, 2023년(15만3415㎏)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생산량은 5만700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민가 뒷산까지 산불이 번지자 한 주민이 불타는 산을 바라보고 있다. 길안면 백자리 야산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자연산 송이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 뉴스1
지난 3월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민가 뒷산까지 산불이 번지자 한 주민이 불타는 산을 바라보고 있다. 길안면 백자리 야산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자연산 송이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 뉴스1

문제는 농가 피해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보상책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 송이는 자연 임산물로 분류돼 산불이나 가뭄 등 재해가 발생해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북 영덕군 송이생산자협의회 이상범 회장은 “송이산이 모두 불탔지만 특별위로금 외에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송이 농가는 관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경영 활동을 하고 있어 단순한 자연발생 임산물로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업경영체 등록 농가의 경우 시설 복구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업직불금 제도 개선 요구도 나온다. 현행 제도는 실제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돼 재해로 면적이 줄면 직불금도 함께 감소한다. 한국전문임업인협회 최성준 사무총장은 “최근 5년간 평균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직불금을 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업 단체들은 ▲송이 대체작물 조성사업 확대 ▲‘산불특별법’ 조속 통과 등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송이는 지역 경제와 직결된 고부가가치 자원”이라며 “기후 위기 시대에 농가가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양송이 / 연합뉴스, 양양군 제공
양양송이 / 연합뉴스, 양양군 제공

귀한 송이를 찾는 소비자의 지갑은 앞으로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가격 급등 현상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속에서 송이를 지켜낼 제도적 장치와 현실적인 안전망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튜브, MBN News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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