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도 전세금 반환 청구 가능…법은 이미 권리 보장 중
2025-09-20 13:42
add remove print link
‘전세 사망’ 뒤 보증금 포기하는 사실혼 배우자들…법적 보호에도 권리 외면
전세금 반환 소송 2배 증가…사실혼 배우자 임차권 승계 규정 명확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전세 계약 중 임차인이 사망했을 때, 사실혼 배우자가 별다른 법적 권리가 없는 것으로 오인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임차권 승계를 명확히 보장하고 있어 권리 포기보다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에 따르면 임차인이 사망할 경우 동거 중이던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임차권을 승계받을 수 있다. 상속인이 없으면 단독 승계가 가능하고, 상속인이 있어도 해당 주택에 함께 거주하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와 공동으로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이처럼 사실혼도 법적으로 '생활공동체'로 인정돼 부부와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는 20일 “법은 이미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전세금 반환 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혼인신고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 동거와 혼인 의사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민등록 등본상 주소지, 보험 피보험자 등록, 공과금 분담 기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런 규정이 적용된다. A씨가 사망했을 때 법적 혼인은 아니었지만 10년간 동거하던 B씨는 지방에 거주 중인 형과 함께 공동 승계인으로서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상속인이 없을 경우엔 B씨 혼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은 2023년 기준 7,789건으로 전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고, 명도소송도 3만5천 건을 넘었다. 전세 사망 사건은 유가족에게 정서적 충격 외에도 금전적 손실까지 안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 행사는 특히 중요해진다.
엄 변호사는 “절차가 어렵더라도 임차권 등기명령, 반환청구소송, 경매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면 회수 가능성은 높다”며 “사실혼도 법의 보호를 받는 만큼 전문가 조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사실혼 배우자는 법적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명확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인식 부족으로 권리 포기 사례가 늘고 있는 현실은 제도와 현장 간 괴리를 드러낸다. 전세금 반환 분쟁이 증가하는 지금,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법률 상담의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