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닮아서 잡자마자 버렸는데... '최고급 식재료' 거듭난 물고기

2025-09-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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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도 “버릴 게 단 하나도 없는 귀족 생선”

아귀 / '일타쿠마' 유튜브
아귀 / '일타쿠마' 유튜브

험상궂은 생김새로 인해 '심해의 악귀'로 불리지만 속살은 부드럽고 담백한 고급 어종 아귀가 추석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잡히면 바다에 다시 던져버릴 정도로 외면받았던 아귀는 이제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최고급 생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유명 일식 셰프 김민성이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일타쿠마’에 ‘입을 벌렸더니 혼문이 열렸다? 심해 악귀 출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아귀의 매력을 소개했다.

김민성은 아귀를 두고 "버릴 게 단 하나도 없는 귀족 생선"이라고 말했다. 살은 물론 간, 위, 알까지 모든 부위를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과 맛을 동시에 잡은 어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귀 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릴 만큼 고소하고 진한 맛으로 유명하다.

아귀는 날이 차면 맛있어지는 생선이다. 김민성은 추석 전부터 제철을 맞을 것이라며 “곧 아귀가 시장에 쫙 깔릴 거다. 살이 쫙 쪄서 올 거다”라고 말했다.

아귀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 위에 달린 루어(lure)다. 이 천연 낚싯대를 흔들어 먹잇감을 유인하는 독특한 사냥법을 구사한다. 영어명도 '피싱 피시(Fishing Fish)', 즉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입안에는 이중으로 배열된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한 번 물린 먹잇감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귀 간 찜 / '일타쿠마' 유튜브
아귀 간 찜 / '일타쿠마' 유튜브

김민성은 "아귀는 새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탐욕스러운 포식자"라며 "하지만 요리했을 때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고 설명한다. 생으로는 흐물흐물하고 부드러운 질감이지만 익히면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으로 변한다. 이런 독특한 변화가 아귀만의 매력 포인트다.

국내에서는 주로 찜이나 탕으로 조리해 먹는다. 서울 지역에서는 콩나물과 함께 매콤하게 끓인 아귀찜이 인기를 끌지만, 부산 등 남부 지방에서는 수육 형태로 먹는 경우도 많다. 수육은 아귀 고유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조리법으로 평가받는다.

김민성에 따르면 수육 조리 땐 마늘, 파, 무 등 기본 채소와 함께 끓여 만든다. 조미료를 넣으면 감칠맛이 한층 더해진다. 말린 홍합을 함께 넣으면 육수가 더욱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완성된 아귀 수육은 국물까지 모두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깔끔했다.

아귀 수육 / '일타쿠마' 유튜브
아귀 수육 / '일타쿠마' 유튜브

아귀는 서식지에 따라 품질 차이가 난다. 동해산 아귀가 남해산보다 살이 더 단단하고 맛이 좋다고 알려졌다. 이는 동해가 남해보다 수심이 깊어 아귀 본연의 특성이 더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아귀는 국산과 수입산이 섞여 있으며, 수입산은 주로 브라질에서 들여온다.

아귀찜 전문점 중 빨간 양념으로 조리하는 곳은 대부분 냉동 수입산을 사용한다. 이들 업체는 절단기로 미리 토막 낸 아귀를 냉동 상태로 보관했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산 아귀는 주로 생물 상태로 유통돼 보다 신선하고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아귀는 연골어류로 뼈가 무르기 때문에 손질이 비교적 쉽다. 칼로 쉽게 자를 수 있어 가정에서도 충분히 요리 가능하다. 다만 생김새가 험악해 직접 손질하기보다는 대부분 구입 시 시장 상인에게 손질을 부탁한다. 시장 상인들은 보통 손질비를 받지 않고 깨끗하게 처리해준다.

영양학적으로 아귀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8g 정도로 높은 편이며, 지방 함량은 1g 미만으로 매우 낮다. 또한 비타민 B12와 셀레늄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아귀 간에는 비타민 A와 D가 다량 함유돼 있어 영양가가 높다.

콜라겐도 풍부해 피부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다. 특히 아귀 껍질 부분에 콜라겐이 집중돼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런 영양학적 장점 때문에 최근 건강식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아귀 한 마리 가격은 2만 원 정도다. 4명 정도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식재료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아귀 / '일타쿠마'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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