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히 축제의 장…역대급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반응 폭발한 '영화'는

2025-09-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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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은 취소표를 구하기 위한 전쟁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포토 / 위키트리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포토 / 위키트리

지난 16일부터 부산에서는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열렸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부국제는 1996년에 처음 시작돼 이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일 위키트리가 방문한 현장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축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굴러가고 있었다. 최근 극장가는 침체되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이곳 극장은 항상 만석이다. 이미 당일 영화들이 거의 모두 매진인 상황에서도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취소표는 생기자마자 사라지는 수준이다.

부국제 현장을 찾은 배민규 씨(24)는 "매년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좋긴 하나 티켓팅이 갈수록 힘들어져서 고생이다"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배씨는 "''프랑켄슈타인', ‘르누아르’, 퐁네프의 연인들' 등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 흥분된다. 이번 부국제는 칸 영화제 수상작들도 예년보다 많아져 영화팬인 나로서는 매우 기쁜 소식이다"며 방문 소감을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포토 / 위키트리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포토 / 위키트리

올해는 부국제에게 3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인만큼 규모 또한 상당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작 '그저 사고였을 뿐', 심은경 배우 출연으로 한국에서도 화제였던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작 '여행과 나날' 등 출품된 영화들은 하나같이 세계적 영화제들과 비교할 만하다. 이들은 실제로 20일 가장 빠르게 매진된 영화들이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보'(이상일 감독),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르누아르'(하야카와 치에 감독),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작 '부고니아'(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등도 많은 관객들을 모았다.

게다가 '프랑켄슈타인'을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같은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도 직접 방문해 수준을 높였다. 현장은 톱배우와 명감독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 예고편 캡처 / 유튜브 '부산국제영화제'
'그저 사고였을 뿐' 예고편 캡처 / 유튜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을 더욱 뜨겁게 달군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올해 최대 수준으로 마련된 굿즈들을 사기 위해 샵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이번에는 래퍼 빈지노의 의류 브랜드 'IAB STUDIO'(아이앱 스튜디오)와 콜라보한 의류 상품들도 출시돼 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장 구매 대기줄은 분 단위를 넘어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다.

부국제는 단순히 유명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국제는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서 아시아 영화인들이 교류하고 협력하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올해에도 일본 감독 미야케 쇼와 츠키카와 쇼,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와 오구리 슌, 홍콩 배우 양조위 등이 현장을 찾는다.

아이앱 스튜디오와 부산국제영화제 콜라보 제품 라인업 / 아이앱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아이앱 스튜디오와 부산국제영화제 콜라보 제품 라인업 / 아이앱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또 다른 역할은 신인 발굴이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신인 감독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영화들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이는 한국 감독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네덜란드 감독 스벤 브레서 장편 데뷔작 '리드랜드'는 오전 9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매진되기도 했다.

부국제 덕분에 부산은 영화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영화제 기간 동안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부산을 찾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황순재 씨(25)는 "부산 시민으로서 부국제 기간만 되면 부산에 활기가 도는 것 같아 덩달아 들뜬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이 만한 축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또래 친구들을 새로 사귈 수 있기도 해 즐겁다. 자원봉사자 지원도 2000명 이상 몰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 번에는 꼭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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