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2배 이상 급증... 하루에 20kg짜리 10만 상자 들어온다
2025-09-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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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 ‘부산공동어시장’ 처리 능력 한계치
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예년보다 2~3배 급증한 어획량과 연말 현대화 사업 착공을 앞두고 대체 위판장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올가을 꽃게와 전어, 오징어 등 해산물의 어획량이 크게 늘면서 수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지만 부산공동어시장은 처리 능력의 한계와 시설 공사로 인한 이중고에 직면했다.
21일 부산공동어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공동어시장에는 하루에만 20kg 기준 10만 상자에 달하는 생선이 들어오고 있다. 매년 이맘때 하루 4만 상자에서 5만 상자가 반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2배가량 많은 양이다.
올해 부산공동어시장 위판 실적은 18일까지 9만 443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 7513t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판매 금액도 196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성어기인 11월부터 내년 2월 사이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생선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여름부터 지금까지 어획량이 평년 대비 2~3배가량 급증했는데, 보통 이러한 추세는 겨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올해 위판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이 연말 착공을 앞두고 있어 대체 위판 시설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대화 사업 시공사인 HJ중공업은 11월까지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각종 인허가 등 관련 절차를 거친 뒤 연말부터 본격적인 건축 공사에 들어간다.
어시장은 시공사인 HJ중공업 컨소시엄이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본격화하기 전 1단계 사업 대상인 우측 본관 철거 작업을 맡았다. 11월쯤 설계에 보완 작업이 마무리되면 연말 안에는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르면 다음 달 중에 철거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하루에 어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은 5만 상자에서 6만 상자 수준이다. 지금도 어획물을 당일에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위판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까 봐 우려한다.
공동어시장은 부산 사하구 감천동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 있는 자회사 '감천 부산수산물공판장'에서 기존 물량을 최대한 처리하고, 어시장 내 주차장이나 유류 탱크 철거지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임시 위판 시설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성수기를 맞아 어획량이 급증하고, 예년과 비교해도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처리할 인력이 부족할 정도"라며 "평소보다 2~3배 많은 생선이 잡히면서 공사 시 위판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 기간에는 처리 능력이 다소 부족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사업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며 "숙원 사업인 현대화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되 신선한 수산물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있는 부산공동어시장은 한국 최대의 산지 위판장이다. 1963년 설립 이후 수산물 유통 중심지로 물량과 가격, 물류 흐름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매년 10만t이 넘는 수산물을 처리한다. 한국 전체 도매시장에서 유통하는 연근해 어획물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12만 5600t, 2757억 원 상당의 수산물이 거래됐다.
수산물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시설 노후화와 위생 문제로 내부에서는 불만이, 외부에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해산물을 바닥에 깔아 진행하는 관행은 위생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화 사업을 통해 2029년까지 지하 1층, 지상 5층, 전체 면적 6만 1971㎡ 규모의 새 건물을 짓는다. 예산은 국·시비 2154억 원, 어시장 자부담 258억 원 등 2412억 원이다. 시공은 HJ중공업과 계룡건설, 동원개발 컨소시엄이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화 사업을 통해 공동어시장이 과거 명성을 회복하고 지역 수산업계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산물을 저온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밀폐형 위판장'을 조성하고 경매 공간도 확대하면서 기존의 바닥 경매 관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수협중앙회가 전체 지분의 19.4%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된 만큼 운영 안정성과 전국적인 수산업 네트워크 연계 강화, 운영 투명성 제고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가을 수산물 풍어가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산물이 꽃게다.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달 21일부터 전국의 꽃게 위판량은 급증해 최근 10년 같은 기간에서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견주면 무려 70%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꽃게 위판량은 2016년(1673t)부터 꾸준히 늘어 2023년 3484t을 기록했으나 작년에 2207t으로 급감했다가 올해 다시 크게 반등했다. 올해 서해안 꽃게 금어기는 6월 21일부터 8월 20일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가을 꽃게가 풍년인 이유를 서해 저층의 차가운 물웅덩이가 작년보다 연안과 남쪽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닥에 서식하며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꽃게가 바닥으로 들어온 차가운 물을 피해 어장이 있는 연안으로 올라오면서 어획량이 늘어났다. 작년에는 이 차가운 물의 세력이 약해 꽃게가 어장으로 밀집되지 않았다고 수협중앙회는 분석했다.
어획량이 늘면서 위판가격도 안정됐다. 다만 꽃게의 품질이 좋아져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을 전어 가격도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달 기준 kg당 1만 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가격이 낮아졌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