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 수용하면 금융위기 발생”
2025-09-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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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구금사태에 대해선 “한미동맹 해치지 않을 것”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타당성 보장 문제로 양국간 이견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간)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스와프는 두 나라가 서로의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맞춰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다시 되돌려주는 금융거래를 뜻한다.
이 대통령의 지난 19일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무역협상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 양국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주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에 구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이견으로 아직 서면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현재 중심 과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투자로 인한 현지 원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의 외환 스와프 라인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국이 일본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의 4100억 달러 외환보유액보다 2배 이상 많은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제통화인 엔화를 갖고 있고 미국과 스와프 라인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미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 공장)에서 벌인 이민 단속과 관련해선 “이번 사안으로 굳건한 한미 동맹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당국은 이민법 위반 혐의로 300명 이상의 한국인 근로자를 체포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이 수갑에 채워진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들이 근로자들의 ‘가혹한’ 처우에 당연히 분노했으며, 이로 인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과도한 법 집행기관의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의도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고 우리는 이와 관련해 합리적인 조치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근로자들의 체류를 허용하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은 없으며 무역협상도 이번 방문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국은 방위비를 늘릴 계획이라며 안보와 관련해 미국과 큰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2만8500명의 미군에 의해 뒷받침되는 한국의 자체 방위를 위한 서울의 기여 확대에 대해서는 한미 간 이견이 없지만, 워싱턴은 안보와 무역협상을 분리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협상이 내년까지 연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핵무장한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북측이 남측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남북대화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다음 달 한국이 주최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볼 것을 권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로이터에 한국 정부는 워싱턴과 평양의 대화 현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이 구체적인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한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견해에 찬성하지만 이 문제에 단순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대화와 조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주최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정상회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민주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의 대립이 심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다른 진영과의 갈등에서 최전선에 위치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일본, 미국이 협력을 심화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이 더 긴밀히 협력하는 경쟁과 긴장의 악순환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한국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는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아야 한다. 평화적 공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이날 보도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핵무기 제거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에는 명백한 이점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