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입에서 곰곰이 생각하면 예사롭지 않은 발언 나왔다
2025-09-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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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독립의 중요성 강조... 여당 사퇴 압박과 맞물려 관심

조희대 대법원장이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으셨다"고 말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까닭에 사법부 통제 시도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법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에 대해서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라면서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사법 영역에서 세종대왕의 업적을 언급했다.
그는 "통일된 법전을 편찬하고 백성들에게 법조문을 널리 알려 법을 알지 못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 절차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하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함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했다"며 "감옥 내 인권 보호와 복지를 개선했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사법의 전 영역에서 인권 존중의 가치를 일관되게 실천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원리와 철학을 설명하며 "백성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정의의 문자이자 법치주의 정신을 구현한 제도적 장치였다"고 했다. 그는 "'훈민정음해례본'에는 세종께서 신하 정인지의 손을 빌려 '훈민정음으로 소송 사건을 기록하며 그 속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신하 최만리의 반대 상소에 대해 '사형 집행에 관한 법문을 이두로 기록할 경우 뜻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백성이 한 글자의 착오로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으나 언문으로 직접 기록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해 원통함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했다"고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께서는 국정 운영에서는 신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할 경우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론에 이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의 공포와 집행에 있어서는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렸고 공법 시행을 앞두고서는 전국적으로 민심을 수렴해 백성들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이 단순한 학술적 언급을 넘어 현 정부와 여당의 사법부 압박에 대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았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는 조 대법원장 발언에 주목한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을 빌미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와 함께 대법관 증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 방안이 연일 제기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다양화 등 일련의 사법부 압박을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대법원장 축출공작도 대통령 선거법 위반사건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12개 혐의를 모두 무죄 또는 면소로 만들 때까지 이런 소동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대통령 연임 개헌을 띄웠다"고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해소'에 집중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고 페이스북에서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