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4천톤 폭발…동해가 아닌 서해서 요즘 대박 터졌다는 '한국 대표 수산물'
2025-09-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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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만든 어장의 대이동
동해를 대표하던 '국민 수산물'이 이제는 서해에서 대풍어를 기록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어장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어종 지도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수산물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2일 매일경제가 인용한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집계에 따르면 동해에서 잡히던 살오징어는 지난 수십 년간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2000년대 연평균 10만8504톤에 달했던 어획량은 2010년대 6만531톤으로 줄었고, 2020년대 들어서는 1만6735톤까지 떨어졌다. 반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통계에 이름조차 없던 서해 오징어는 2000년대 들어 연평균 5381톤, 2020년대에는 4470톤으로 집계됐다. 서해 어종 가운데 어획량 순위 상위 10위 안에 꾸준히 오르며 신흥 주력 어종으로 부상한 것이다.
기후 변화와 난류 유입이 만든 이동
전문가들은 오징어의 이동을 가장 크게 좌우한 요인으로 해수 온도를 꼽는다. 동중국해에서 산란을 마친 오징어는 수온이 적당해진 서해로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약 5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규모 어군이 형성됐다.
같은 위도라 하더라도 서해에는 냉수대가 형성돼 동해보다 수온이 낮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온이 더 알맞은 서해가 오징어 서식지로 변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해 곳곳에 열린 새로운 오징어 어장
이처럼 서해는 새로운 오징어 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동해가 오징어 대표 산지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서해 곳곳에서 대규모 어군이 형성되면서 조업 중심지가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그 변화 중심에는 태안이 있다. 신진도와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은 최근 위판량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서해 오징어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 지역은 풍부한 먹잇감과 적당한 수온이 맞물리면서 어선들이 몰려드는 핵심 어장으로 부상했다.
충남 보령 역시 서해 오징어 조업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외연도 일대에서는 연일 활발한 조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선박들이 집결해 바다 위가 북적인다. 이어 전북 군산 해역, 특히 어청도와 비응항 주변은 멸치를 비롯한 작은 어종이 풍부해 오징어가 모여들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먹이망을 따라 형성된 대규모 오징어 어군이 집중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조업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전남 진도 해역에서 시작해 북쪽 인천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서해 전역으로 오징어 어장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군산 어청도, 보령 외연도, 태안 격렬비열도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흥 어장으로 꼽히며, 어민들뿐 아니라 수산업계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서해 곳곳에서 활기를 띠는 새로운 오징어 어장은 기후 변화와 어장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기존에 동해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로 이동하면서, 서해 수산업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민 사이 갈등도 심화
풍어 현상은 기회와 동시에 갈등을 불러왔다. 조업 어선이 몰리면서 어민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어민들이 서로 다른 어법을 쓰다 보니 마주치기만 하면 충돌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오징어 어장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른 만큼 분배와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으로의 과제는?
서해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연평균 4천 톤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한국 대표 수산물 명성을 잇고 있다. 하지만 불실한 기후와 해양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보장하려면 체계적인 관리와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어종 이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어민들이 혼란 없이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풍어가 단기적 호황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수산업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동해 대표 어종이던 오징어가 서해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현상은 단순한 어업 변화를 넘어 기후 변화가 한반도 연근해 생태계를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앞으로 서해 오징어가 어떤 경로를 밟아갈지, 어민들과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한국 수산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