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어종 먹어 치워 난리인데…마침 낚시꾼에게 손맛 좋기로 소문난 '생태계 교란종'
2025-10-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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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파괴자
한국 토종 어종을 먹어 치워 골치인 생태계 교란종이 있다. 일부 낚시꾼들에게는 손맛 좋기로 알려져 낚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두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큰입배스다.
큰입배스는 1970년대 식용 자원 및 낚시용으로 들여온 외래종이다. 하지만 식용으로는 맛이 좋지 않아 어획량이 줄었고, 이후에는 적응력과 포식성으로 전국 하천을 점령한 생태계 교란종이 됐다.
동족까지 잡아먹는 화신, 큰입배스
큰입배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이름처럼 거대한 입이다. 성체 큰입배스의 입은 성인 남성 주먹이 들어갈 만큼 거대하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으로 나와 있어 먹이를 낚아채는 데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큰입배스는 이 거대한 입을 이용해 자신보다 작은 물고기를 통째로 삼킨다. 이들은 곤충, 양서류, 심지어 작은 포유류는 물론 동족까지 공격해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포식성을 자랑한다.
이들의 무차별적인 식성은 국내 토종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붕어, 피라미, 쏘가리 등 익숙한 토종 어종들은 큰입배스의 무차별적인 포식 앞에 속수무책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먹이사슬은 파괴되고 있다.
토종 어종의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해 하천의 생물 다양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또한 큰입배스는 한 번에 수만 개의 알을 낳으며, 수컷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주변을 지키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 생존율이 매우 높다.
이처럼 왕성한 번식력과 생존력 덕분에 큰입배스가 유입된 지역에서는 토종 어종의 서식지가 설 자리를 잃는다.
어민에겐 재앙, 낚시꾼에겐 손맛
큰입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뉜다. 어민들에게 큰입배스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다. 큰입배스 유입 이후에는 토종 어종의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어획에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어민들은 큰입배스를 '물속의 황소개구리'라고 부르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반면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큰입배스가 손맛이 좋은 어종으로도 불린다.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저돌적인 습성과 강력한 힘은 낚싯대에 걸리는 즉시 짜릿한 손맛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퇴치는 불가능?
이전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생태계 교란종인 큰입배스를 다양한 방법으로 퇴치하고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큰입배스는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완전히 퇴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전 퇴치보다 지속 가능한 관리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잡아 없애는 것을 넘어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토종 어종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을인 9~10월은 큰입배스가 겨울을 대비해 왕성하게 먹이 활동을 하는 시기다. 큰입배스를 목격할 확률이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토종 어종 보호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