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공의가 연인에게 한 짓…"의사 맞나"
2025-09-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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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의 깊은 상처,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2년간 교제한 연인을 상습적으로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 산부인과 의사 A씨(30)가 재판에 넘겨졌다.
23일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로 근무했으나, 지난해 전공의 파업에 동참하며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불법촬영, 교제 기간 동안 6차례 이상
A씨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인 B씨와 교제하는 동안 휴대폰과 탁상시계형 초소형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관계 장면을 6차례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의견서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촬영을 시도하다가 몇 차례 발각되었으며, 지난해 3월 탁상형 카메라로 촬영하다 들키자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휴대폰과 노트북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카메라를 파괴했다. 당시 B씨는 A씨가 영상을 완전히 삭제했다고 믿고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가 새 연인과 교제하며 범행이 드러났다. 새 연인 C씨가 A씨 휴대폰에서 불법촬영 영상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지난해 9월 A씨는 긴급체포됐다. B씨 측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영상만 6개이며, 기록이 남지 않은 불법촬영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범행 가능성을 지적했다.
◆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
이번 사건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남겼다. B씨는 사건 이후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첫 공판에 직접 참석해 “제 영상이 남아 있을까 봐, 보복형 유출을 당할까 봐 여전히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겪은 수면장애와 악몽을 조금도 완화할 수 없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피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평가한다. 장기적인 PTSD, 불면증, 대인관계 회피, 성적 불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와 계속 접촉할 경우 재발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법적 대응과 함께 전문 심리치료, 정신건강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권고가 이어진다.

◆ 피고 측 선처 호소와 의사 면허 문제
A씨는 체포된 후 B씨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모범적인 학력과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B씨 측은 “피고인은 여성을 성적 욕망의 해소 수단으로 인식하는 등 왜곡된 성인식을 지녔다”며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사 면허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취소되지만, 집행유예를 받으면 유예 기간이 지나고 일정 시점 이후 면허가 재교부될 수 있어 의료 현장 복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 사건의 사회적 의미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의료인이라는 직업적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성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피해자는 장기간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가해자의 직업적 특수성과 재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엄중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공판에서 피해자의 증언과 정신적 피해 상황이 공개되면서,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후유증과 사회적 불안을 함께 조명하게 됐다. 법조계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재판 결과는 개인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여성 환자와 보호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사회적 의미도 갖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