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처음…'에겐녀' 암컷 20초 만에 찾아 구애춤 춘다는 '이 생물' 정체

2025-09-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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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송사리의 신기한 비밀

작은 민물고기 송사리가 예상을 뒤엎는 방식으로 짝을 선택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송사리 떼.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송사리 떼.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수컷 송사리가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은 암컷을 빠르게 구별해 구애 행동을 하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암수 송사리를 각각 칸막이 수조에 넣고 짝짓기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물이 흐르고 개체를 식별할 수 없는 조건에서 수컷은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암컷을 불과 20초 만에 찾아내 구애 행동을 보였다. 이때 수컷은 지느러미를 세우거나 몸을 떠는 '구애춤'을 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물의 흐름이 차단되면 이러한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암컷 송사리에 몰려 구애하는 수컷 송사리들의 모습.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연합뉴스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암컷 송사리에 몰려 구애하는 수컷 송사리들의 모습.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연합뉴스

실험에서는 외형 차이가 거의 없지만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차이 나는 암컷들이 섞여 있으면 수컷이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암컷과 반복적으로 교미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송사리가 눈이 크고 시력이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신호가 아니라 성호르몬을 감지해 짝짓기 대상을 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어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화려한 외모나 몸짓 등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바탕으로 짝을 고른다. 메기나 칠성장어 등처럼 시력이 퇴화한 종만이 후각을 활용해 호르몬 신호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사리가 에스트로겐이 몸밖으로 배출됐을 때 이를 탐지할 수 있는 수용체가 매우 발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진화가 왜 일어났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송사리의 모습.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연합뉴스
송사리의 모습. / 국립생물자원관 제공-연합뉴스

이번 연구는 송사리가 짝짓기에 있어 호르몬을 중요한 신호로 삼는 만큼 외부에서 유입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에서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연구에서도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한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이 생태계에 유출돼 동물 몸 속에 쌓이게 되면 암수 성전환이나 번식력 저하 등이 발생해 개체 수 감소로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중 어류 행동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쉬즈(Fishes)'에 투고할 예정이며, 연구진은 향후 멸종위기종과 외래종 관리를 위한 어류 행동 특성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 한국 민물의 지표종, 송사리의 숨겨진 가치

하천의 잔잔한 물가에서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작은 민물고기 송사리는 크기는 작지만 우리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잉어목 잉어과에 속하는 송사리류는 한국 하천 곳곳에서 발견되며,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어 있다. 학계에서는 국내 하천에 약 14속이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형태적 차이가 미묘해 종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송사리는 대체로 맑은 물과 자갈이나 모래가 깔린 하천을 선호한다. 한강, 금강, 임진강 등 주요 수계에서 자주 발견되며, 유속이 완만한 여울이나 소류 구간에서 주로 서식한다. 몸길이는 보통 8~14cm로 크지 않으며, 몸은 유선형이고 옆으로 납작하다. 등은 암갈색, 배는 연한 색을 띠며, 옆줄은 곧게 이어진다. 종에 따라 지느러미에 점무늬가 나타나기도 하고, 산란기 수컷은 등지느러미 색이 더욱 뚜렷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생태적으로 송사리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인 4~6월에 산란한다. 암컷은 알을 자갈 틈이나 모래 바닥에 낳고, 이는 유속이 적당히 흐르는 환경에서 잘 부화한다. 부화한 치어는 배에 붙은 유영막을 이용해 물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서식지의 유속·수심·기질 조건이 초기 생존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먹이 습성도 흥미롭다. 송사리는 부착조류, 미세한 유기물, 작은 무척추동물을 섭취하면서 하천 먹이망의 중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흐름을 유지하고, 하천의 자정작용에도 기여한다. 송사리가 많이 서식하는 곳은 대체로 수질이 양호하고 서식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이 종은 ‘하천 건강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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