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바가지 상품'으로 완전히 찍힌 이 음식, 급기야 도지사까지 나섰다
2025-09-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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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갈치, 제주 관광의 새로운 희망을 열다
맛과 건강이 함께하는 제주 은갈치의 매력
제주도를 대표하는 바가지 음식으로 꼽히던 갈치 요리가 최근 관광객과 지역 정책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은빛 비늘이 살아 있는 은갈치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품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대표 미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관광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면서 ‘가성비 제주관광’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는 고비용·불친절 이미지로 대표되는 ‘바가지 관광’ 오명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점검했다. 23일 오영훈 제주지사는 한 식당을 방문해 갈치조림을 먹으며 “이 맛에 이 가격이면 육지 손님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다”고 평가하며, 가성비 높은 관광 이미지를 강조했다.

제주도는 주요 외식품목의 가격 개선을 추진하며, 1인 메뉴 개발, 주문 단위별 적정가격 안내, 음식점 외부 메뉴 가격 표시 등을 통해 관광객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은갈치가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이유는 잡는 방식과 신선도에서 비롯된다. 제주에서는 주낙(낚시줄을 줄줄이 연결한 어업)으로 한 마리씩 잡아 은빛 비늘이 그대로 살아 있는 상태로 상품화된다. 다른 지역에서 잡히는 갈치보다 상품성이 높아 가격이 두 배 이상 책정되기도 한다. 김병효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지회장도 오 지사와 함께한 현장에서 “제주에선 주낙으로 잡아 은빛 비늘이 살아있는 은갈치를 사용한다. 비싸지만,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만큼 은갈치를 쓰면서도 가격을 최저로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행 비용 평가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일부 관광객들은 “그 가격이면 일본이나 동남아로 여행 가는 것이 낫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비용 부담을 호소했다.

제주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지난해 6월 출범시키고, 관광 불편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관광객 불편 신고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접수된 민원은 287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430건 대비 33% 줄었다. 특히 해수욕장 관련 신고도 지난해 하반기 52건에서 올해 8월까지 15건으로 감소하며, 민관협의체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9월에 잡힌 제주산 은갈치는 가을철 건강식으로도 주목된다. 은갈치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DHA와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뇌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높여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다. 은갈치의 지방은 비교적 적지만, 오메가-3가 풍부해 혈중 중성지방 개선과 항염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칼슘과 인, 셀레늄 등 미네랄 함량도 높아 성장기와 노년기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조리 방법에 따라 맛과 건강 효과도 달라진다. 은갈치 조림을 만들 때는 간장과 마늘, 무, 파를 곁들여 은은하게 끓이면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통구이로 즐길 때는 과열된 기름에 오래 구우면 지방산이 산화될 수 있어, 중불에서 겉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하게 굽는 것이 좋다. 또한 먹기 직전 레몬즙을 살짝 뿌리면 비타민 C가 풍부해 철분 흡수도 도움된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객 증가세도 긍정적이다. 지난 6월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20만 51명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고, 7월에는 131만 2159명으로 지난해보다 7.8% 늘었다. 8월에도 134만 2504명이 방문하며 4.7% 상승했다. 제주도는 가격 합리화와 서비스 개선, 지역 특산물인 은갈치의 품질 유지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은갈치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제주 여행의 상징이자,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이 됐다. 제주도는 1인 혼밥이 가능하고, 가격 대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은갈치가 고물가 논란을 딛고 ‘가성비 미식 관광’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