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석선물에 포함됐는데…수확량 급감에 '품귀 비상' 걸린 제주산 고급 식재료
2025-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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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위협하는 제주 해녀의 보물
식탁에서 사라지는 귀한 제주 톳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을 맞아 호국영웅과 재난·재해 피해 유족, 사회적 배려 계층 등에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3일 제주 김녕 해녀들이 채취한 ‘톳’을 비롯해 8도 수산물과 경북 의성 쌀, 대통령 서명 탁상시계 등을 추석 선물 세트에 담았다고 밝혔다. 선물에는 이 대통령의 친필 메시지가 담긴 편지도 함께 포함됐다.

대통령실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8도 수산물 세트에는 제주산 톳과 함께 보리새우, 김, 천일염, 건오징어, 돌미역 등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골고루 담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산물 구성은 동해·서해·남해의 특산품을 아우른 것으로, 북극항로 시대에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제주 어민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선물에 포함된 제주산 톳은 최근 몇 년 새 수확량이 급감해 ‘품귀 비상’이 걸린 대표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제주 김녕어촌계 이창협 계장은 JIBS 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30% 정도 줄었다”며 “2020년 무렵부터 고수온 현상 탓인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우려를 전했다. 그는 “그래도 천초(우뭇가사리)가 있어 공동 작업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톳만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김녕 인근의 다른 어촌계장 역시 “작년에도 톳이 거의 나지 않았는데 올해는 더 심했다”며 “공동 채취를 중단하고 개별 채취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통령 선물에 톳이 포함된 소식은 어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동시에, 현장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준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대통령 선물’이라는 상징성은 반갑지만, 당장 줄어드는 생산량 앞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선물 세트에는 제주산 톳 외에도 경북 의성에서 생산된 쌀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3월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 농민들을 위로하고 회복을 응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또한 함께 전달되는 대통령 서명 탁상시계에는 “대통령의 1시간은 국민 5200만 시간과 같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이는 지난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국정 철학을 담고 있다.
한편, 제주산 톳은 단순한 해조류가 아니다. 특유의 오독오독한 식감과 높은 영양가로 ‘제주 고급 식재료’로 불리며, 조선 후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제주에서는 기근기에 톳을 밥에 섞어 먹으며 굶주림을 견뎠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제철은 3월부터 5월까지로, 미역이나 시금치보다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고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유익하다. 다만 생톳에는 독성이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데친 뒤 무침이나 전 등으로 조리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물에 포함되며 다시 한번 주목받은 제주산 톳은 우리 식문화의 뿌리와 지역 어업의 가치를 상징한다. 그러나 어민들이 전하는 현실처럼,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 악화로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가움과 한숨이 교차하는 제주 어촌의 목소리는, 귀한 식재료를 지켜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더 늦기 전에 마련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