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억원 상당…한국 들어온 여행용 가방서 발견된 20kg '이 동물'

2025-09-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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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외래생물 불법 유통 사건 148건 적발

올해 7월 한국에 들어온 여행용 가방 안에 숨겨진 2억 원어치 장어 치어가 발견되면서 국경을 통한 환경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장어 치어 자료 사진 / 국립수산과학원
장어 치어 자료 사진 / 국립수산과학원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 밀수업자와 국내 전문 운반책이 손을 잡고 여행가방에 장어 치어 20kg을 몰래 숨겨 국내로 들여오려다 세관 당국에 붙잡혔다. 이 장어 치어의 시장 가격은 무려 2억 원에 달한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구 을)이 지난 23일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통계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5년 동안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외래생물 불법 유통 사건이 148건이나 적발됐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41억 1700만 원에 이른다.

특히 멸종위기종 등 외래생물 불법 수출입 규모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멸종위기종 밀반입 규모는 2020년 1억 1400만 원에서 시작해 2021년 1억 500만 원으로 잠시 줄었다가 2022년 6억 6300만 원, 2023년 5억 97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작년에는 21억 5000만 원까지 치솟았고, 올해도 7월까지 벌써 4억 8800만 원 상당이 적발됐다.

한국에 서식하는 장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한국에 서식하는 장어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불법 유통되는 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도마뱀이 전체의 14.7%로 가장 많았고, 뱀 13.7%, 거북이 12.6%, 지네 10.2%, 거미 8.1%, 전갈 7.0% 순서로 나타났다. 수법별로는 몰래 들여오는 밀수입이 143건(36억 5000만 원)으로 88.7%를 차지했다.

올해 5월에는 국제우편을 악용해 악어거북과 늑대거북 등 외래생물 535마리를 들여온 파충류 수입업체 대표가 검거됐다. 이들 생물의 시장 가격은 3000만 원 상당이었다.

올해 7월 적발된 장어 치어 밀수의 경우 특히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1월 광주지법에서는 일본산 실뱀장어 35.5kg을 밀수한 수산물 유통업자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억 8734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밀수입 범행은 적정한 통관 업무와 관세행정을 저해하고 국민 보건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범죄로서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인의 장어 치어 밀반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2019년 2월에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제공항에서 한국인 2명이 장어 치어 25만 2000마리를 여행가방에 담고 출국하려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장어 치어의 시장 가치는 약 2억 3000만원어치였다.

지난 2019년 한국인 2명이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장어 치어 25만여 마리 / 자그레브 공항 홈페이지
지난 2019년 한국인 2명이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장어 치어 25만여 마리 / 자그레브 공항 홈페이지

진성준 의원은 "멸종위기종과 폐기물 불법 수출입은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세청은 환경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국경 통과 단계에서부터 환경 범죄 단속을 강화하고, 불법·부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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