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마리 떼로 잡혀 충격…도심 연못에 통발 던졌다가 건진 ‘생태교란종’ 정체

2025-09-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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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연못의 침략자, 17마리 외래 거북의 습격
생태계 위협하는 무분별한 외래종 방류의 위험성

부산 도심 한복판,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공원의 연못에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 거북이 무더기로 포착됐다. 단순히 몇 마리가 아니라, 통발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무려 17마리가 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KBS와 KNN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민공원 내 연못에서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직접 그물을 건져 올리자 붉은귀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 리버쿠터 등 외래 거북이 줄줄이 걸려 나왔다. 이번에 잡힌 개체는 모두 외래종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토종 남생이나 자라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연구진은 “토종 개체는 사라지고, 외래종만 활개를 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태계 교란종이란 외래 생물 가운데 토종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는 종을 말한다. 환경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데, 이번에 확인된 붉은귀거북과 중국줄무늬목거북이 대표적이다.

특히 붉은귀거북은 잡식성에다 번식력까지 뛰어나 국내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백혜준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연구원은 “먹이 경쟁이라든가 자생종을 먹이로 삼을 수 있고, 병원균 전파 문제까지 겹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들 외래종은 토종 남생이의 서식지를 잠식할 뿐 아니라, 교잡을 통해 고유 유전 형질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멸종위기종 보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부산 공원 연못에 통발 던지는 모습 / 유튜브 'KBS 뉴스 부산'
부산 공원 연못에 통발 던지는 모습 / 유튜브 'KBS 뉴스 부산'

그렇다면 이 외래 거북은 어디서 온 것일까. 대부분은 애완용으로 수입됐다가 크기가 커지고 관리가 어려워지자 무단으로 버려진 경우다. 국내로 들어온 외래 거북류 수입량은 지난 21년간 무려 161톤에 달한다. 문제는 한 번 방출된 개체가 연못과 하천에 정착하면 개체 수를 급격히 늘려 토종 생물을 몰아내는 데다, 교잡종까지 발생시켜 토종 생태계의 기반을 흔든다는 점이다.

국립생태원 조사에서는 실제로 부산 연못에서 토종 남생이와 중국줄무늬목거북 사이에서 태어난 교잡종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토종 고유 유전자가 희석돼 보전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튜브, KBS 뉴스 부산

법적 제재도 존재한다. 생물다양성법에 따라 생태계 교란 생물을 사육하거나 무단 방출·유기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적발이 쉽지 않고, 시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방류가 계속 이어지면서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연못 현장을 찾은 연구원들은 외래 거북이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쉬는 장면을 잇따라 목격했다. 일부는 토종 생물의 먹이를 빼앗고, 일부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번식력까지 강해 개체 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민물거북이 두 종뿐이라 종 다양성이 낮다”며 “토종 보전을 위해 외래종 방출을 삼가고, 사육 개체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계 교란종 / 유튜브 'KBS 뉴스 부산'
생태계 교란종 / 유튜브 'KBS 뉴스 부산'

도심 연못에 통발을 던져 단번에 17마리가 걸려든 장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외래 거북의 무분별한 방출이 토종 생태계를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토종 남생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책임 있는 사육과 사회적 차원의 관리 강화가 절실하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 우리가 할 일

1. 외래종을 무단 방출하거나 유기하지 않아야 한다.

2.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고 지켜야 한다.

3.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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