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 지방쓰는법…'이것'만 딱 기억해 두세요

2025-10-06 00:05

add remove print link

조상을 기리는 마음, 한 장의 지방에 담기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 많은 가정이 차례 준비에 분주하다. 음식 차림부터 상의 배치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혼란을 주는 요소가 바로 '지방 쓰는 법'이다. 지방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조상을 모시는 상징물로, 사당에 신주가 없을 때 임시로 만들어 모시는 위패다. 조상의 혼을 대신하는 존재이기에 정성과 예법이 담겨야 한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지방의 의미와 준비물

지방은 고인의 이름과 신위를 기록한 종이로, 사망 일자까지 담긴 신주가 없는 경우 이를 대신한다. 폭 6cm, 길이 22cm 정도의 한지나 백지를 준비해 깨끗하게 사용한다. 전통적으로는 붓으로 한자를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에는 펜을 사용하거나 한글로 쓰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글씨가 단정해야 하며, 종이 모서리가 접히거나 잘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지방 작성의 기본 원칙

지방에는 반드시 네 가지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첫째는 고인과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제주)의 관계, 둘째는 고인의 직위, 셋째는 고인의 이름, 넷째는 ‘신위(神位)’다. 이 네 가지 항목을 순서대로 적는 것이 기본이며, 가장 앞에는 ‘顯(현)’을 붙여 고인을 기린다는 뜻을 드러낸다.

부모 한 분만 돌아가셨다면 지방은 중앙에 쓰고,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면 하나의 지방에 함께 쓴다. 이때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 적는다.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나 증조부모를 기리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며, 남성 조상은 왼쪽, 여성 조상은 오른쪽이다.

관계에 따른 호칭 정리

호칭은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妣)’로 쓰며, 조부모는 각각 ‘조고(祖考)’와 ‘조비(祖妣)’, 증조부모는 ‘증조고(曾祖考)’와 ‘증조비(曾祖妣)’로 표기한다. 이 모든 관계 앞에는 ‘顯(현)’을 붙여 존경의 뜻을 나타낸다. 남편은 ‘현벽’, 아내는 ‘망실’이나 ‘고실’로 기록한다. 형은 ‘현형’, 형수는 ‘현형수’, 동생은 ‘망제’ 또는 ‘고제’, 자식은 ‘망자’ 또는 ‘고자’라고 적는다.

직위와 이름 표기법

고인의 직위와 이름을 적는 방식도 정해져 있다. 남성 조상은 이름 대신 ‘부군(府君)’이라고 쓰고, 여성 조상은 본관과 성씨를 함께 기록한다. 벼슬을 하지 않은 남자는 ‘학생(學生)’, 부인은 ‘유인(孺人)’이라 쓰며, 벼슬을 지낸 경우에는 관직명을 적는다. 여성 조상은 남편의 관직에 따라 ‘정경부인’ ‘정부인’ 등 나라에서 내린 호칭을 기재한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신위(神位)’라고 적어 조상을 모시는 자리임을 명확히 한다.

지방 쓰는 방법. 자료사진. / 유튜브 '묵쌤의 인문학 TV'  '
지방 쓰는 방법. 자료사진. / 유튜브 '묵쌤의 인문학 TV' '

예시로 보는 지방 작성

대표적인 예시로 아버지를 기리는 경우 ‘顯考學生府君神位(현고학생부군신위)’라고 쓰면 된다. 어머니의 경우에는 ‘顯妣孺人○○氏神位(현비유인○○씨신위)’라고 작성한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면 한 장의 지방에 아버지는 왼쪽, 어머니는 오른쪽에 병기한다.

간소화되는 현대의 지방

오늘날에는 차례 문화를 간소화하려는 흐름 속에서 지방도 단순화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 한자 표기를 따르지 않고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처럼 간단히 쓰는 사례도 흔하다. 이는 형식보다 정성과 마음을 중시하는 현대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지방 소각의 관례

지방은 조상의 혼을 상징하기 때문에 차례가 끝난 뒤에는 반드시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보관하거나 재사용하지 않고 한 번 쓰고 태워 없애는 것이 예의에 맞다.

핵심 정리

지방 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 핵심은 단순하다. ‘顯(현)’자를 맨 앞에 붙이고, 관계와 직위, 이름을 기록한 뒤 마지막에 ‘신위’를 붙이면 된다. 이를 기본 틀로 기억해 두면 부모, 조부모, 형제 등 어떤 경우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추석 차례상은 조상을 기리고 가족의 뿌리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지방을 정성껏 쓰는 과정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예와 존중을 실천하는 행위다. 이번 추석에는 ‘현고학생부군신위’라는 기본 예시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작은 종이 한 장에 담긴 정성이야말로 차례의 본질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유튜브, sn라이프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