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경기도형 협치 ‘충칭 외교’ 지방정부 외교 모델로
2025-09-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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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지사와
김진경 의장의 동행 외교
경기도 대표단의 충칭(重慶) 방문이 단순한 외교 행보를 넘어 ‘경기도형 협치’ 모델의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나란히 세일즈 외교 무대에 오른 사례는 전례가 드물어 주목된다.

‘투톱 외교’, 민·관·정 원팀으로
이번 경기도 대표단의 중국 방문(9.22~27)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이 동행했다는 점이다. 광역자치단체의 행정 수장과 의회 수장이 나란히 외교 무대에 등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 NHN클라우드, 메가존클라우드, 한글과컴퓨터 등 도내 주요 인공지능(AI) 기업 대표 8명까지 합류하면서 ‘민-관-정 원팀 대표단’이 완성됐다. 충칭시가 이례적으로 공식 오찬을 주최하고 높은 수준의 예우를 보인 것도 이러한 외교적 무게감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실질 성과 중심의 실사구시 외교
이번 협력은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행 방안까지 담았다. 김동연 지사가 현장에서 제안한 ‘AI 교차협력’이 즉석 합의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판교와 충칭 량장신구를 비롯한 양 지역 6개 AI 클러스터 간 상호 진출을 지원하는 협력 모델이 마련된 것이다. 량장신구는 중국의 3대 국가급 신구(新區) 중 하나로 IT·AI 산업 거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내년 충칭 기업박람회 공동 개최 ▲공동 관광마케팅 ▲이행 실무협의회 구성 등 MOU 이상의 성과가 현장에서 도출됐다. 특히 협의회 대표를 통상 국장급이 아닌 부시장급으로 격상한 것은 충칭시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김 지사가 협약식에서 “서명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가 나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발언 역시 성과 중심 외교를 잘 보여준다.
의회와 인민대표회의 교류 가능성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의 동행은 경기도와 충칭시 간 관계를 행정 차원을 넘어 입법기관 교류로까지 확장할 가능성을 열었다. 김진경 의장이 충칭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와의 교류 기대를 밝혔고, 후헝화 충칭시장은 이에 화답하며 양측 관계 심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의 협력을 제도적 교류로 확장할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협치의 상징
대표단 일정은 경제 협력을 넘어 역사적 의미까지 아우르는 행보로 이어졌다. 김동연 지사와 김진경 의장은 함께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고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가 후손들을 경기도로 초청하겠다고 제안하자 김 의장은 “지사님과 협력해 좋은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결국 도지사와 의장이 공동명의로 초청장을 보내기로 합의하면서, 정치적 협치가 상징적 장면으로 구현됐다.
경기도지사와 도의회의장의 충칭 동행 방문은 단순한 지역 외교가 아니라, 행정과 의회가 함께 움직인 ‘원팀 외교’였다. 이를 총해 나온 구체적 경제협력 성과, 더 나아가 역사와 인권을 포용한 일정까지 지방정부가 발휘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방문은 향후 지방정부 외교에 ‘충칭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