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대체 뭐야... 생선 판매점마저 이름 두고 헷갈려 하는 '한국 물고기'
2025-10-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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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어, 덕대, 덕자병어... 이것만 알고 있으면 안 헷갈린다
유명 수산물 전문가이자 '입질의추억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김지민의 글에 따르면, 인터넷에는 병어와 덕자병어를 설명하는 글이 꽤 많지만 제대로 설명된 글이 별로 없다. 이쪽에 잔뼈가 굵은 생선 상인과 어부도 의견이 갈리고, 심지어 덕자병어만 취급해온 덕자 전문점 사장도 방송에서 오답을 말한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병어와 덕자병어를 둘러싼 정보 부재가 상당히 깊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방송에 내보내는 일부 프로그램도 문제라고 김지민은 말한다. 지역 상인과 어부 말만 참고해 자막으로 처리한 명칭은 표준명보다 지역 사투리일 때도 있다. 지역 사투리가 난무하는 열악한 수산업계의 현실을 방송이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이다.
연안에 서식하는 병어과 어류는 병어와 덕대 두 종류뿐이다. 덕자병어는 어부가 지어낸 지역 사투리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류 명칭이다. 덕대와 덕자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시장에서는 덕자병어란 말이 꽤 자주 쓰인다.
'덕자'라는 이름에는 흥미로운 유래가 담겨 있다. 김지민에 따르면 한 어부가 이름 모를 생선을 잡고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자신의 딸 이름인 덕자를 갖다 붙였다는 것이 시초라는 설이 전해진다. 구전에 구전을 거듭한 것으로 딸 이름을 갖다 붙였다는 설과 동네 처녀 이름을 갖다 붙였다는 설도 있다.
문제는 당시 어부가 잡은 병어과 어류가 병어인지 덕대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1980년대 기록된 수산 정보에 의하면 덕대가 병어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잡혀 실질적으로는 병어 행세를 했다는 구절이 있다. 당시에는 두 어종의 형태가 매우 유사해 별개로 구분하지 않고 취급한 사례가 많았다.
상황이 바뀐 것은 병어가 덕대보다 더 맛있다고 알려지면서부터다. 지난 20년 동안 생선 몸값이 가장 크게 오른 어종을 꼽으라면 단연 병어다. 병어가 맛 좋기로 소문나면서 병어와 덕대를 상업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한 시점도 대략 1080년대 들어서부터다.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언어적 장치로는 '참'자를 붙여 참병어로 부르는 것이었다. 덕대는 그저 병어와 비슷하게 생긴 짝퉁 병어 신세로 전락했다.
이 무렵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일부 사람은 덕대를 덕재로 부르면서 병어와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와전에 와전이 거듭되면서 오늘날 덕대와 덕자를 동일시하게 된 것은 아닌지 추론해 볼 수 있다고 김지민은 말한다.
적잖은 상인과 업계 종사자들은 "병어와 덕자가 서로 다른 종"이라며 입을 모으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병어와 덕자가 다른 게 아니고 병어와 덕대가 다른 종이다.
그렇다면 덕자병어는 뭘까? 일각에서는 병어는 작고 덕대는 크게 자라니 덕자병어는 덕대가 크게 자란 것으로 잘못 설명되고 있다. 물론 커다란 덕대를 덕자병어라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미식가들이 맛이 있다며 입을 모은 그 덕자병어는 대게 30cm 이상으로 자란 커다란 병어를 뜻한다. 맛 좋은 병어가 크게 자라면 그때부터는 귀물이 되는데 그것이 덕자병어라는 말로 불리며 각별히 여겨졌던 것이다.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차이는 파상물결무늬의 면적에 있다. 이 무늬가 넓게 분포되면 병어이고, 일렬로 좁게 돼 있으면 덕대다. 병어의 파상물결무늬는 머리에서 측선으로 이어지며 넓게 펼쳐져 있다. 반면 덕대의 파상물결무늬는 일렬로 좁아서 확실히 병어와는 구분된다.
파상물결무늬는 병어와 덕대를 구별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이자 학술적 의미를 지닌다. 이 파상물결무늬를 배제하고 병어니 덕자니 덕대니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김지민은 말한다. 병어와 덕대는 모두 60cm까지 성장하는 중대형 어류인데 시장에 유통되는 크기는 대부분 30cm 미만이다. 그것을 가로 57cm, 세로 30cm인 나무 상자에 담아 경매에 치르며 20마리로 채워지면 20미, 30마리로 채워지면 30미로 불린다.
당연히 숫자가 작을수록 병어 크기가 크고 몸값도 높다. 만약 10미짜리 병어가 있다면 몸길이 30cm 이상인 덕자병어다. 맛도 좋고 가격도 가장 높은 귀물이다.
정리하자면 한국 연안에 서식하는 병어과 어류는 병어와 덕대 두 종류뿐이다. 덕자는 생선의 정식명이 아닌 사투리로 30cm가 넘어가는 커다란 병어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명확한 사실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헷갈리는 이유는 병어와 덕대 모두 자라면서 지느러미 모양과 색이 바뀌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모양과 형태가 달라지면서 어린 병어와 다 큰 병어를 같은 종으로 보지 않고 별개 종으로 착각했던 것이고, 그러다 보니 병어와 별개 종인 덕대로 오인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병어와 덕대가 아무리 성장해도 변하지 않은 것은 파상물결무늬다. 그러므로 파상물결무늬만 볼 줄 안다면 병어와 덕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언젠가 덕자병어를 맛볼 날이 온다면 그것이 병어인지 덕대인지 파상물결무늬를 통해 판단해 보는 것이 좋다고 김지민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