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연 46만명 방문했던 이곳, 처참할 정도로 관광객 급감
2025-10-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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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운항마저 잇따라 중단 ‘악순환’

푸른 동해의 외로운 보석. 한때 한국인들의 로망으로까지 불린 울릉도가 스스로를 집어삼킨 듯하다. 비계 삼겹살 논란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울릉도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 이제는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마저 잇따라 중단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24일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2022년 46만1375명에서 2024년 38만521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1~7월 누적 관광객은 20만900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나 더 감소했다.
이런 관광객 감소 추세 속에서 지난 7월 구독자 55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꾸준'이 공개한 울릉도 여행 영상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영상에서 울릉도의 한 식당은 비계가 절반 이상인 찌개용 앞다리살을 삼겹살이라며 1인분에 1만5000원에 판매했다. 김치찌개 1인분 1만5000원(2인분 이상 주문 필수), 허름한 모텔 하루 10만 원, 펜션 20만 원 등 도를 넘은 바가지 요금도 폭로됐다.
문제는 이런 바가지요금이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1인 손님이나 2인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식당들, 목적지까지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 요금 폭탄을 안기는 택시, 제주도의 두 배가 넘는 렌터카 가격 등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성수기 승용차 기준 렌터카 하루 대여료는 13만 원에 달해 포항의 두 배, 제주의 최대 네 배 수준이었다.
탐욕이 신뢰를 무너뜨리고, 무너진 신뢰가 섬을 고립시켰다. 관광객 감소로 경영난에 시달린 여객선사들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울릉도는 말 그대로 고립되고 있다.
경북 울진 후포와 울릉을 잇던 썬플라워크루즈는 최근 "3년간 적극적인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도 불구하고 2022년 이후 지속적인 울릉도 방문객 감소 등에 따른 누적적자 심화 및 경영악화로 인해 부득이 9월 휴항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포항과 울릉을 잇는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도 지난 4월 '선박 점검'을 이유로 운항을 멈춘 후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970명을 수송할 수 있던 이 대형 여객선은 사실상 휴업 상태에 들어갔고, 오는 29일부터 590톤 규모의 썬라이즈호가 대체 투입될 예정이지만 기존 수송 능력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의 임시 방편일 뿐이다.
강릉항 울릉도 노선마저 터미널 사용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갈등을 빚으며 운항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강릉시가 강릉항 여객터미널이 안전상 문제가 있다며 여객선사인 씨스포빌 측에 사용을 불허하는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주요 노선은 포항울릉 울릉크루즈(야간 출항, 소요 시간 약 6시간30분), 대저페리 썬라이즈호(3시간 30분), 강릉울릉 씨스타 계열 여객선(약 3시간), 묵호울릉 씨스타1·3호(2시간 40~50분) 등이 남아 있지만 하루에 고작 한두 번 오가는 배편들마저 줄줄이 멈춰서거나 위태로워지고 있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은 최근 울릉군청 홈페이지에 '썬플라워 크루즈 사태를 지켜보며'라는 글을 올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여객선 적치율 제도를 폐지해 신규 노선 허가 문턱이 낮아졌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선사들이 난립해 모두가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만~50만명 수준에 머무는 현실에서 여객선 수가 과도하다"며 "울릉군이 노선을 소유하고 적정 선사를 공모해 위탁 운영하는 준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계 삼겹살 논란을 일으킨 식당은 울릉군으로부터 7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남한권 울릉군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 반응은 싸늘하다.
울릉도는 2028년 울릉공항 개항을 앞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희망적이지 않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울릉도에 도착하는 하늘길이 열리면 연간 100만 관광객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공항 사업성을 분석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무려 13년 전인 2012년에 이뤄졌다는 점이 밝혀졌다. 배편마저 적자를 감당 못해 끊어지는 현실에서 막대한 운영비가 들어가는 항공 노선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인프라가 아닌 마음가짐의 변화에 있다. 7000억 원짜리 공항을 지어도 섬을 찾은 손님을 우롱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2028년 공항 개항 전까지 남은 3년이 울릉도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