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난자 없이도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요즘 과학기술 근황

2025-10-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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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계 새로운 전환점 마련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난자와 정자 없이도 배아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인간 배아를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 연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생명과학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 기술이 완전히 발달하면 한 사람의 유전자만으로 자식을 만들 수 있는 놀라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올린 영상에서 "만일 이 모든 기술들이 다 개발됐을 때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전혀 개입되지 않은 완전히 내 유전자만 가진 내 아이를 혼자 만들 수 있다"며 "그게 가능한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 교수는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생명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인간 배아를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서 여러 연구를 할 수 있게 허락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2012년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학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 야마나카 교수는 기존 세포를 추출한 다음 배양하면서 '야마나카 팩터'라는 유전자들을 가진 바이러스를 이용해 피부세포 속으로 침투시켜 새로운 세포들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 전 교수는 "확률적으로 되게 어려운 이야기다. 1% 미만의 확률을 갖고 있는 건데 야마나카 교수가 줄기세포의 기능을 정반대로 되돌려서 그걸 가지고 새로운 세포들을 새로운 조직들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연구가 가능하게끔 해준 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운명이 정해진 세포들에서 거꾸로 그 운명의 역사를 되돌려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런 세포로 만들어내는 심지어는 정자 난자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이건 굉장한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전 교수는 일본이 이 연구를 서둘러 승인한 이유로 국제 경쟁을 꼽았다. 2023년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가 피부세포를 거꾸로 되돌려서 거의 만능에 가까운 줄기세포를 만들어 인간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소는 약 14일 정도 되는 배아까지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인간 배아에서 원시선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우리 인간 배아의 경우에 한 2주 정도가 되면 마치 척추 같은 몸의 제일 앞에서부터 제일 끝까지가 만들어질 수 있는 선이 하나 형성된다. 영어로는 프리미티브 스트라이프라고 부르고 우리말로 원시선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서 이제 앞으로 모든 기관들이 다 이제 분화가 시작되는 것이다"라고 최 전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약간은 초조해진 것 같다. 잘못하다가는 이 연구의 주도권을 이스라엘을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에 빼앗길 수도 있겠다고 여겨 일본 정부가 조금은 무리하게 지난 7월에 이거를 승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 전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맞춤형 인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연구진도 14일 정도까지 원시선이 막 나타나는 단계까지만 지금은 못 키웠다"며 "기관과 조직들이 막 만들어지는 이 단계에서는 아직은 우리가 넘지 못할 산들이 지금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또한 유전자만으로는 모든 능력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조던의 그런 기막힌 능력이 그 사람의 유전자 안에 다 담겨 있을까. 이건 모르는 일이다"라며 "모든 게 그 사람의 유전자에 프로그램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던의 피부세포를 가지고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고 거기서 조던의 아들을 만들어낸들 그 사람이 조던이 될 리는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기술로는 남성과 여성이 자신만의 유전자로 자식을 만들 때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 전 교수는 "지금 기술 상황에서는 남자는 아들과 딸을 다 만들 수 있는데 여성은 아들을 못 만든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만 갖고 있어 Y염색체를 주입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남성은 Y염색체를 제거하면 XX를 가진 난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전 교수는 이런 연구의 긍정적 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맞춤 의학 맞춤 약품을 개발한다든가 아니면 선천적인 그 유전병을 갖고 있는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든가 이런 차원에서는 활용도가 있지 않을까 해서 지금 이런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생의학 분야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최 전 교수는 "만약에 우리가 손상된 장기를 새롭게 만들어내서 장기 치환 수술을 한다면 제일 좋은 건 무엇일까. 유전자가 똑같으니까 거부 반응이라는 게 아예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전 교수는 연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연구들이 정말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나가지 않게끔 충분히 이 연구에 대한 이해도 많은 사람이 공유해야 하고 그걸 공유한 사람들이 숙론을 통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최 전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황우석 교수의 손을 묶어놓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황우석들이 그런 연구를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무조건 규제하는 게 제일 좋은 결정이 아니고 그런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 그 과학자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때 조심스럽게 함께 열어주는 그런 태도가 훨씬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란 2005년 발생한 줄기세포 연구 조작 사건을 뜻한다. 당시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였던 황우석 박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논문 조작 및 연구 윤리 위반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황우석 박사의 연구는 신뢰를 잃었고, 한국 과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최 전 교수는 "생물학의 발달 과정을 이야기하다 보면 과연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상상은 참 무궁무진하다"며 "때로는 이게 디스토피아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걸 잘만 우리가 인도한다 그러면 새로운 멋진 유토피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동물행동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이자 서울대학교 교수, 국립생태원장을 역임한 최재천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25일 ‘수정 없이도 나를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인간 복제’란 제목으로 올린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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