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아니다... 도심 비둘기 과번식 막아주는 '뜻밖의 야생 동물'

2025-10-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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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태계 균형 맞추는 한국의 맹금류

황조롱이는 도심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맹금류다. / '야생의신' 유튜브
황조롱이는 도심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맹금류다. / '야생의신' 유튜브
대낮 아파트 단지에서 펼쳐진 숨 막히는 공중전. 황조롱이 수컷이 멧비둘기 새끼를 사냥해 공중에서 먹이를 다듬고 있던 순간 두 마리의 어치가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황조롱이는 결국 먹이를 지키기 위해 땅바닥까지 내려와야 했다.

유튜브 채널 '야생의신'에 최근 올라온 '멧비둘기를 사냥한 황조롱이, 땅바닥으로 내려온 까닭은?' 영상에 도시 생태계의 치열한 경쟁이 생생하게 담겼다.

영상에서 수컷 황조롱이는 먹이를 하나 잡았다. 그런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새들이 있었다. 어치였다. 두 마리가 함께 황조롱이 수컷에게 달려들었다. 어치에게 황조롱이는 경쟁자다. 두 눈 뜨고는 두고 볼 수 없는 상대다.

대낮 아파트에서 벌어진 황조롱이와 어치의 치열한 싸움 중심에는 황조롱이가 사냥한 멧비둘기 새끼가 있었다. 결국 어치가 물러가면서 황조롱이가 먹이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황조롱이는 먹이를 들고 아래쪽 화단 쪽으로 내려왔다. 둥지로 가져가기 전에 은밀한 곳에서 먹이를 다듬으려고 한 것이다.

비둘기 새끼를 사냥한 황조롱이. / '야생의신' 유튜브
비둘기 새끼를 사냥한 황조롱이. / '야생의신' 유튜브

멧비둘기 새끼는 깃이 제대로 안 난 것으로 보아 생후 일주일가량 된 것 같았다. 드디어 먹이 요리에 들어가는데 주변이 소란스럽다. 소란의 주인공은 직박구리다. 천적이 등장하자 바짝 긴장한 것이다. 황조롱이는 직박구리 정도엔 안중에도 없다. 심지어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대부분의 맹금류는 본능적으로 사냥한 먹이의 목부터 먼저 뜯는다.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사냥을 담당하는 황조롱이 수컷은 큰 먹이일 경우 먹이를 다듬으면서 자기 배도 일부 채운다. 수컷의 사냥 활동은 새끼에게 맞춰져 있다. ‘사전 요리’ 덕분에 새끼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이제 둥지로 갈 시간이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황조롱이 수컷. 그러나 먹이가 제법 무거운지 바로 날아오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트인 공간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다 인도까지 나가고 말았다. 주변을 살핀 후 둥지로 향한다. 황조롱이 부부가 둥지를 튼 곳은 아파트 베란다 차양 아래다. 멧비둘기 새끼는 황조롱이에게 아주 유용한 먹이다.

아파트 정문 부근에 멧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부화 후 7일째, 어미가 새끼를 아직 품고 있는데 어미가 일어났다. 피존 밀크, 즉 비둘기 젖을 새끼에게 먹이려는 것이다. 새끼가 어미의 부리 안을 자극하면 우윳빛 영양액이 나온다. 먹이 대신 일종의 젖을 주는 것은 새끼의 소화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부화 후 10일까지 피존 밀크를 준다.

비둘기 새끼를 사냥한 황조롱이. / '야생의신' 유튜브
비둘기 새끼를 사냥한 황조롱이. / '야생의신' 유튜브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은 젖을 만들려면 먹이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새끼는 한 마리뿐이다. 앞서 봤던 황조롱이 수컷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며칠 후 이 새끼 또한 사라지고 말았다.

황조롱이는 도시의 비둘기 개체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멧비둘기와 마찬가지로 연중 두세 차례 번식한다. 암수의 사랑이 각별한 새다.

비둘기의 개체수 증가는 주민들을 성가시게 한다. 사람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게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베란다 차양 아래는 비둘기들이 은신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같은 동네에 사는 황조롱이의 눈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황조롱이가 익숙한 듯 차양 아래로 침투한다. 벌써 꽤 큰 비둘기 새끼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아주 손쉬운 사냥이다. 바로 위에 비둘기 성체가 있지만 황조롱이 수컷은 신경 쓰지 않는다.

유튜버는 "도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집비둘기다. 이 집비둘기가 과번식을 하고 있다. 집비둘기는 주로 차양 밑에 둥지를 트는데 황조롱이가 이 둥지를 수시로 습격해 새끼들을 잡아온다. 황조롱이가 집비둘기의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 먹이를 날라야 할 시간이다. 역시 무게 때문에 쉽지는 않다. 성체 기준으로 황조롱이와 비둘기는 둘 다 약 250g으로 무게가 비슷하다. 마침내 겨우 날아올라 둥지로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아파트 환경에 완벽히 적응한 황조롱이는 이제 도시의 생태계를 조절하는 맹금류로 살아가고 있다.

소형 맹금류인 황조롱이는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다. 몸길이는 수컷이 30cm, 암컷이 33cm다. 먹이를 찾을 때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돌고 일시적으로 정지 비행하는 습성이 있다. 자신이 둥지를 틀지 않고 새매나 말똥가리가 지은 둥지나 하천의 흙벽 및 암벽의 오목한 곳에 번식한다. 주로 절벽이나 처마 같은 지형에 둥지를 튼다. 4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걸쳐서 4~6개의 알을 낳는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요즘엔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베란다나 발코니에 둥지를 트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파트는 절벽이나 처마 밑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고양이, 뱀 등의 천적들의 접근을 막아준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제323-8호로 지정돼 있다. 맹금류지만 동그랗고 검은 눈과 작은 몸집, 그리고 동그란 두상이 어우러져서 귀엽다는 말을 듣는다. 머리는 수컷은 회색이고 암컷은 갈색이다.

황조롱이보다 더 크고 강하고 빠른 맹금들은 많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도시에서 가장 흔한 맹금류는 황조롱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먹이를 낚아챈 후 급상승하는 까닭에 관찰자가 잠시만 집중력을 잃어도 사냥 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천적은 수리부엉이나 참매 등 자기보다 큰 맹금류다.

황조롱이의 먹이는 들쥐와 벌레, 작은 새다. 이 중에서도 주식은 쥐다. 먹이의 70% 이상을 차지해 들쥐의 개체수 조절에 기여한다고 한다. 사람들 입장에선 익조인 셈이다.

'멧비둘기를 사냥한 황조롱이, 땅바닥으로 내려온 까닭은?'란 제목으로 유튜브 채널 '야생의신'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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