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업데이트 후폭풍] 카카오 직원 추정 네티즌 폭로까지 등장
2025-09-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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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라인·네이트온 깔았다” 불편한 진화에 이용자들 폭발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카카오는 친구탭 개편과 숏폼 영상 도입 등 새로운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메신저 이상의 서비스’를 표방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업데이트해선 안 된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잇따라 올라오고 “다운그레이드가 가능하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일부는 “다시 라인과 네이트온을 깔았다”며 대체 메신저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용자들 불만은 특히 친구탭에 집중된다. 카카오는 이번 업데이트로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전환해 친구의 프로필 변경 내역을 타임라인 형식으로 보여주도록 했다. 그러나 다수 이용자는 채팅을 위한 앱에서 왜 억지로 친구들의 사소한 프로필 변화를 봐야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한다. 한 네티즌은 “우리가 카톡을 쓰는 이유는 채팅과 단체방 하나뿐이다. 본질을 넘어가면 망한다”고 꼬집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업데이트 전으로 되돌리면 용서하겠다. 당장 롤백하라”고 요구했다. 카톡의 본질은 채팅이라면서 다른 SNS처럼 변하면 차라리 월회비를 받는 게 낫다고 주장한 네티즌도 있었다.
문제는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사생활 침해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의 프로필을 강제로 보게 하는 것도 싫지만 내 프로필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커진 광고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친구창이 커진 만큼 광고도 커졌다. 결국 광고를 끼워 넣으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탭에 추가된 숏폼 영상 기능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에 오픈채팅으로 바로 연결되던 자리에 숏폼 콘텐츠가 배치되면서, 이용자들은 원치 않는 영상을 강제로 접하게 됐다고 불평한다. 숏폼 영상에는 광고가 포함돼 반발은 더 거세졌다. 네티즌들은 “숏폼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 보면 된다. 왜 카카오톡까지 켜야 하느냐”며 불필요한 기능이라 입을 모았다. 일부는 “원치 않는 사진과 영상을 강제로 보게 하는 건 폭력”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격렬하다. “라인으로 갈아타자”, “카스(카카오스토리) 망한 걸 벌써 잊었냐”, “광고 수익 때문에 이용자 편의를 무시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업데이트를 강제로 시킨 건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인가. 왜 이전 버전을 선택할 수 없게 막았나”라는 지적도 있었다.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도 주목을 모은다. 이 네티즌은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반대했지만 윗선에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역시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네티즌은 “전 세계 메신저 앱이 피드, 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진화하는데 카카오가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글을 쓴 직원도 “처음엔 익숙해지기 짜증나고 힘든 건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을 향한 인신공격은 자제해 달라. 우리도 힘들다”며 고충을 드러냈다.
이런 내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윗선의 독단으로 강행한 결과가 현재의 사태다. 실무자들은 책임이 없다”는 동정 여론도 있지만, 대다수는 “결국 광고 수익에 눈이 멀어 이용자를 희생시킨 것”이라고 날을 세운다. “광고 때문에 친구 목록 사이에 불필요한 콘텐츠가 들어왔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현재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프 카카오 25’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편”이라며 일부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민택 CPO도 “이용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카카오톡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정신아 대표가 쾌적한 환경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오히려 불쾌한 환경이 됐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단순한 업데이트 논란을 넘어 카카오톡의 본질과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으로도 이번 사태는 번지고 있다. “카톡은 대화에만 충실해야 한다”는 이용자들의 요구와 “메신저만으로는 도태된다”는 회사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광고 중심의 수익 구조와 이용자 선택권 제한 문제까지 겹치면서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카톡이 한국에서 사실상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는 그 입지를 흔드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텔레그램으로 가자”, “문자 시대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단순한 불만 표출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 이탈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카카오의 대응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