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러시아에서 왔는데... 언젠부턴가 한국에 아예 정착해버린 야생동물
2025-10-08 09:04
add remove print link
이 동물이 안 떠나고 한국에 아예 눌러 사는 이유

서울의 복잡한 빌딩숲 사이를 흐르는 청계천과 우이천(도봉구와 강북구를 흐르며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대표적인 도심 하천). 차량 소음과 분주한 발걸음 속에서도 물 위를 평화롭게 유영하는 청둥오리들이 시민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청계천과 우이천을 비롯해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존재가 바로 청둥오리다. 청계천을 따라 거닐다 보면 수면 위를 유유히 떠다니거나 강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청둥오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26일 '청계천야생' 유튜브 채널에 우이천 우이교 아래에서 청둥오리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청둥오리는 도심 한복판 하천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그러나 이 새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흔하지 않다.

청둥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다. 매우 흔한 겨울철새이면서 동시에 텃새화가 진행되고 있는 종이다. 몸길이는 약 50~65cm에 달하며, 익장(날개를 펼쳤을 때의 크기)은 81~98cm, 무게는 0.7~1.6kg 정도다. 수컷의 부리는 뚜렷한 노란색이며 머리는 금속광택의 녹색이고 흰색의 가는 목테가 있다. 가슴은 짙은 갈색이며 위꼬리덮깃의 검은색 깃은 위로 말려 있어 야생 청둥오리임을 나타내는 특징이다. 암컷은 전반적으로 갈색이며 흑갈색 줄무늬가 흩어져 있고, 부리는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있다.
청둥오리는 원래 한반도의 대표적인 겨울철새였다. 북위 60~70도 사이의 북쪽 습지에서 봄에서 초가을까지 번식하며 생활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일본 등지에서 번식하고, 9~11월에 남쪽으로 날아와서 겨울철을 보낸다. 이들은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대륙의 한대·온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종으로, 매년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둥오리의 서식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겨울철새였는데 텃새화하는 경향이 매우 늘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나 서식지 감소로 인한 먹이 섭취 부족으로 인해 이동에 지장이 생긴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청둥오리 텃새화에는 조금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청둥오리가 철새 시절 한반도를 떠났던 이유는 2~3월 갈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하천 대부분이 말라서 어쩔 수 없이 떠났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심공원 조성, 하천 정비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진 구간이 늘었다. 여기에 저수지도 많이 생기면서 번식기인 4~5월까지도 건천화되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 이런 변화로 한반도에서도 정주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청둥오리들의 생활 패턴은 매우 규칙적이다. 낮에는 대부분 물 위, 모래톱, 제방 등지에서 무리 지어 휴식하고, 해가 지면 농경지, 습지 등지로 날아들어 낟알, 식물 줄기 등을 먹는다. 풀씨와 나무열매 등 식물성 먹이 외에 곤충류와 소형 어류, 그리고 무척추동물 등 동물성 먹이도 먹는다.
청둥오리의 번식은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이뤄진다. 한배에 6~12개의 알을 낳아 한 달 동안 암컷이 품는다. 알에서 부화하고 나온 새끼는 암컷이 돌본다.
청둥오리는 한국에서 키우는 집오리의 조상이기도 하다. 청둥오리는 암수 색깔이 다르고 다리가 선명한 오렌지색이다. 반면 집오리는 몸 색깔이 하얗고 다리가 노랗고 몸집이 더 크다. 하지만 둘의 생김새는 거의 비슷하다. 식용으로 사육되는 청둥오리는 야생 청둥오리와 집오리의 교잡종이다.
과거 청둥오리는 합법적으로 수렵할 수 있었으나, 2020년 11월 27일자로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야생 청둥오리의 포획과 수렵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청둥오리는 전남 곡성군의 상징새다. 과거에는 서울 마포구 및 충남 서산시의 상징새였다. 마포구에서는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구 휘장에서 사라졌고, 서산시에서는 마스코트가 해누리, 해나리로 바뀌면서 시조의 개념이 상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