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 장례식장에서 울면서 춤춘 코미디언

2025-09-28 08:04

add remove print link

개그맨이란 말 처음 만든 코미디계 대부, 28일 영면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코미디언 김학래, 이홍렬, 표인봉이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코미디언 김학래, 이홍렬, 표인봉이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그맨'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한국 코미디의 살아있는 교과서였던 전유성이 2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길을 떠났다. 웃음을 평생 전파한 코미디계 대부의 마지막 여행에는 후배들의 눈물과 함께 그가 사랑했던 웃음도 동행했다.

이날 오전 6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전유성의 영결식에는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을 비롯해 최양락, 팽현숙, 이홍렬, 임하룡, 이경규, 김신영, 이영자, 김민경, 양배차, 김영구,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조세호 등 수많은 코미디언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웠다.

영결식 사회는 이수근이 맡았고, 기도는 개그맨 겸 목사인 표인봉이 올렸다. 최양락은 방송, 공연, 저서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인 전유성의 일생을 되짚었다. 그는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처음 만들었고 '개그콘서트'를 만든 분이었다"며 "따라 할 수 없는 열정으로 대한민국 최초 코미디학과를 개설하고 코미디 소극장 등을 통해 후진양성을 몸소 실천한 인정 많으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후배 코미디언 김신영이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도사를 맡은 이홍렬은 "오늘 우리는 코미디계의 큰별 고 전유성 선배님을 보내드린다"며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은 코미디를 방송, 영화, 거리공연까지 경계를 허무시며 지형을 새롭게 그리셨다"며 "개그맨이라는 말을 대중에게 뿌리내리게 하셨고, 모든 대중이 웃음의 주인이 되게 하셨다"고 고인이 걸어온 자취를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이홍렬은 "선배님이 남긴 발자취는 우리 업의 교과서다"며 "선배님의 코미디는 기록으로 남아 읽히고 기억돼야 할 문화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오늘 우리는 한 사람을 떠나보내지만 그분이 만든 길 위에 서 있다"라고 말했ㄷ. 그는 "유성이 형님 보고 싶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병실에서 나흘을 보낸 김신영도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고인을 "나의 어른"이라고 칭하며 "병원에서의 4일이 40년 중에 가장 진실된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제 코미디를 가장 먼저 인정해주신 분, 어린 제자도 존중해주시던 우리 교수님"이라며 "병원에서 제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고 한 따뜻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눈물을 쏟았다.

평생 코미디를 퍼뜨리기 위해 애쓴 고인을 보내는 자리인 만큼 엄숙한 영결식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장의위원장인 김학래는 "선배님이 평상시 가장 좋아하고 웃었던 것이 김정렬 씨의 '숭구리당당'"이라며 "천국까지 가시는 먼 길, 경쾌하게 즐겁게 가시라고 '숭구리당당'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렬이 "웃으시면서 가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아랫도리 한번 풀어드리겠다"며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 섞인 눈물로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개그맨 김정렬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개그맨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개그맨 김정렬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발인을 마친 운구 행렬은 오전 7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로 이동해 노제가 치러진다. 고인이 생전에 애정을 많이 기울인 공개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녹화장을 한 바퀴 돌고,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방송코미디언협회 관계자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코미디언을 위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애써 온 고인의 행보를 되새기는 마지막 발걸음인 셈이다.

이후 고인은 생전에 터를 잡고 국숫집을 운영했던 전북 남원시 인월면으로 향해 영면에 든다. 장지는 고인이 2018년부터 건강이 악화해 입원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사흘간 빈소에는 심형래,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남희석, 이경실, 지석진, 신봉선, 이봉원, 김경식, 이동우, 윤성호, 오나미, 허경환, 김지민 등 수많은 후배가 찾아와 조문했다. 배우 송승환, 가수 서수남, 박상철 등도 고인을 추모했다.

전유성은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께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전유성은 최근 폐기흉 증세가 악화됐고 치료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졌다.

1949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난 전유성은 1969년 TBC 방송작가로 연예계에 데뷔한 후, 이후 코미디 작가 겸 코미디언으로 활동해 왔다.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쟈키' '청춘행진곡' 등 수많은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로 소극장 개그를 방송으로 끌어온, KBS 2TV '개그콘서트' 창시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전유성은 많은 후배에게 영감을 준 '아이디어 뱅크'이자 '멘토'로도 꼽히며, 문화계 전반에 걸쳐 창의적인 기획력으로 큰 영향을 끼친 '코미디 선구자'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코미디에서 벗어나 공연과 결합한 다양한 공개 무대를 만들어 후배들의 설 자리를 마련했다. KBS 간판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창립 멤버이자 기획자로 꼽히며, 코미디 전문극장인 철가방 극장을 열고,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최에도 기여했다.

전유성은 코미디언들의 스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