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이야... 주말엔 시간당 20만명 이상 찾는 ‘뜻밖의 서울 관광지’
2025-09-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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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들이 ‘서울의 랜드마크’로 첫 번째로 꼽는 이곳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길 ‘한강’. 도심 속 자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몰려드는 이곳이 지금 서울 최고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강에 불과했던 한강이 이제는 주말 한 시간 동안 22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찾는 명소가 됐다.

한때 강변 아파트 주민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이곳이 수달과 맹꽁이가 나타나고,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여가·휴식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서울시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 체류자가 주말 오후 3~4시 기준으로 평균 22만 명에 달했다.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 한강 체류자는 시간당 평균 20만 명이었다.
이는 서울 한강공원 11개소와 인접한 105개 지역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종일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셈인데, 이 정도 규모라면 웬만한 테마파크나 유명 관광지보다 더 많은 방문객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이 이처럼 인기 관광지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2006년부터 시작된 '한강 르네상스' 정책이 있다. 한강을 도시 경쟁력을 견인할 문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호안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흙, 자갈, 모래 등을 깔고 수풀을 심었다. 암사, 강서, 난지, 여의도 샛강 등 한강 생태공원 7곳도 새롭게 조성했다.

접근성 개선도 눈에 띈다. 한강 교량 위에 버스 정류소 16개가 생겼고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보행교도 지어졌다. 음악에 맞춰 물을 분사하고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하는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같은 볼거리도 이때 만들어졌다.
2023년에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2.0 버전인 '그레이트 한강' 정책이 등장했다. 기존 사업을 이어가면서 동네 구석에 뻗은 실개천까지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데 방점을 뒀다. 대표 사례로 홍제천 폭포 수변 카페가 있다.
뚝섬 한강공원에서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고 한강의 자연을 여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캠핑장도 들어섰다. 낡은 한강 수영장은 자연형 물놀이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한강 자체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차원의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정식 운항 사흘 만에 누적 탑승객 1만14명을 기록하며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강의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강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2007년 1608종에서 2022년 2062종으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1974년 이후 공식적인 서식 개체수가 확인되지 않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이 15개체나 확인됐다. 서울에는 현재 5천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며, 이 중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흰목물떼새, 산양, 맹꽁이 등 약 50여 종과 황조롱이, 원앙 같은 천연기념물 30여 종이 터전을 잡고 있다.
한강공원 나무는 2005년 85만 그루에서 2011년 206만 그루, 2023년 365만 그루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도 2023년 기준 78km까지 조성됐으며, 이용객은 연간 1500만 명에 달한다.
시민 반응도 호의적이다. 서울시가 2023년과 지난해 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한강을 첫 번째로 꼽기도 했다.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두고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는 '보여주기식', '토목 중심의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런 논란 속에서도 한강 생태계 자연성이 복원되는 가운데 휴식·여가 공간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의 생태성을 더욱 회복시키는 후속 조치로 강변도로 지하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상의 공간, 여가의 중심으로서 한강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고 환경과 생태계 회복을 더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