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0톤 쏟아져 가격 폭락… 농민들 “잘 키우고도 쓰레기 취급받아” 분통

2025-09-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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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은 국물용 뼈만 팔린다” 우스갯소리도
1%만 섞어도 국내산-수입산 병기 판매 가능

흑염소탕 /     'MBCNEWS' 유튜브
흑염소탕 / 'MBCNEWS' 유튜브

개고기 식용 금지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흑염소 고기가 새로운 보신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 흑염소 사육 농가들은 예상과 달리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광주 MBC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입산 흑염소 고기의 급증으로 인해 국내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전남 화순군의 한 흑염소 농장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000여 마리의 흑염소를 사육하는 이 농장은 한때 2000마리까지 규모를 늘렸지만, 지난해부터는 방목장을 임시 폐쇄하고 우리 안에서만 사육하고 있다. 수입 흑염소 고기 물량이 밀려들어 가격이 크게 떨어진 까닭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농장주인 박해윤 씨는 "식당에서 수입산을 많이 가져다 써버리고 수지타산 때문에 우리 흑염소를 키우는 사람들의 것을 안 쓰기 때문에 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흑염소 / 'MBCNEWS' 유튜브
흑염소 / 'MBCNEWS' 유튜브

통계로 확인되는 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가축 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흑염소 고기의 가격은 kg당 평균 1만4000원선으로 지난해 연평균 가격보다 23%나 떨어졌다. 반면 지난달까지 수입된 염소고기는 6800여 톤으로 지난해보다 27.5%나 증가했다. 개 식용 금지로 생긴 보신탕의 빈자리를 수입산 흑염소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이 이런 문제를 가중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국내산 흑염소는 도축된 뒤 '산양'으로만 표기돼 유통되지만, 상표로 유통되는 수입산은 흑염소 표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흑염소 유통 농가인 박해성 씨는 "(국산 흑염소 표기 방법이) 산양밖에 없다. 근데 산양은 전 세계적으로 100종이 있고, 한국엔 한 10종이 있다. 근데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바뀌질 않는다. 그러니까 그냥 쓰레기 취급받는 것"이라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통 과정의 문제도 심각하다. 식당이나 판매점에서 국내산을 1%만 섞어도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병기해 판매할 수 있어, 국내산 흑염소는 국물을 내는 뼈만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김재필 광주축협 조합장은 "이력제 관리가 됨으로써 수도 조절이 되고, 또한 흑염소하고 수입 고기하고 구분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 농가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앞으로 발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한숨이 높아지면서 농식품부도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래종 흑염소의 성장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종자 개량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수입산 흑염소의 시장 잠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흑염소는 학명이 카프라 히르쿠스인 염소과 동물이다. 일반 염소에 비해 검은색 털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보신 식품으로 여겨져 왔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이 낮아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흑염소 고기는 100g당 단백질 22g, 지방 3.2g을 함유하고 있으며, 철분, 아연, 비타민 B12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들어있어 영양학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흑염소는 타우린 성분도 풍부해 피로 회복과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흑염소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MBCNEW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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