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만에 검찰청 간판 내려간다…수사 공백 누가 메우나
2025-09-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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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출범 앞두고 터져나온 걱정
그동안 범죄 수사의 최전선에 서왔던 검찰청이 78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직접 수사 권한을 잃게 되면서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새로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을 통해 수사 기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검찰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노하우와 인적 자원의 손실은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 개혁 원칙 못지않게 검찰의 수사 역량을 보전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6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의 직접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공소 제기와 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1년의 유예를 거쳐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만 가능하다. 만약 보완 수사권까지 사라질 경우에는 송치된 사건을 직접 다룰 수 없고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의 공백을 메우며 수사를 전담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한다. 경찰은 이미 수사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지만 본연의 역할은 치안 유지에 가까우며, 강력 사건이나 화재 같은 긴급 대응에 집중해왔다. 또 교통, 경비, 정보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 조직 특성상 모든 경찰이 수사 경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이 수사 부서를 총괄하는 보직에 오르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반면 검찰은 대부분의 업무가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검사와 수사관들이 자연스럽게 경험을 축적해왔다. 특히 경제 범죄나 국제 공조가 필요한 사건처럼 주로 검찰이 전담했던 사건은 수사권 폐지 이후 역량 저하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사건을 경찰이 전담할 경우 공소 제기와 유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수사는 결국 법적 불이익을 주기 위한 절차이므로 초기 단계부터 적법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전담할 경우 절차적 적법성 논란이 재판 과정에서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설되는 중수청은 우선 수사 인력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검찰 수준의 역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공수처 사례처럼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조직 안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경찰 중심의 중수청에 검사와 수사관이 지원할지, 성격이 다른 두 조직이 한 울타리 안에서 갈등 없이 협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청 폐지에 따른 수사 역량 저하를 막으려면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폐지됐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결론과 관계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 제도 부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검찰 간부는 “보완 수사 요구만으로는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법적 문제점이 보완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수사 지휘권을 통해 미진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하고 사건 전체를 검찰이 다시 검토해야 수사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검찰 출신 검사와 수사관 등 경험 있는 인력을 경력직으로 적극 영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를 위해 검찰 출신 인력이 소속을 옮길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