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주신 10만원…" 고 전유성 추도사 읽으며 눈물 터진 김신영
2025-09-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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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의 전설,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다
눈물로 기리는 개그맨 전유성의 위대한 유산
개그우먼 김신영이 오랜 스승 고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며 목놓아 오열했고, 장례식장에 모인 선후배 코미디언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했다.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은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 장으로 엄수됐다. 개·폐식은 김학래 협회장이 맡았으며, 전체 진행은 이수근이 이끌었다. 최양락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고, 이홍렬과 김신영이 차례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표인봉은 기도를 올리며 숙연한 분위기를 더했다.

추도사에 나선 이홍렬은 고인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선배님은 1960년대 말 방송에 발을 들인 이래 무대와 안방, 거리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한국 코미디의 지형을 다시 그리셨다”고 말했다. 이어 “개그맨이라는 말을 대중 속에 뿌리내리게 했고, 공개 코미디의 새 바람을 일으켜 웃음을 더 많은 이들의 것이 되게 하셨다”며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는 특히 책에 대한 고인의 남다른 애정을 회상했다. “코미디언들이 쓴 책을 모아보면 어떻겠느냐는 한마디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며 “남산 시립도서관에 코미디언들의 저서를 영구 보존하게 된 출발점에는 늘 선배님이 계셨다”고 전했다. 엄격하면서도 따뜻했던 선배의 목소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뒤이어 단상에 선 김신영은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발을 주물러드렸는데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될 줄 몰랐다”며 “교수님은 제자를 넘어 친구라 불러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영은 어린 제자를 존중해 준 스승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모두가 허무맹랑하다던 아이디어에도 함께 즐거워해주셨고, 아무것도 아닌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셨다”며 “끝까지 제자들을 챙겨주신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고인이 병상에서 자신을 배려했던 순간들이 가장 진실한 시간이었다며면서 마지막으로 건네받은 주유비 10만원을 언급하며 흐느꼈다.
◆ 후배들의 애도 물결
고인을 기리기 위해 수많은 후배들이 빈소를 찾았다. 심형래,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남희석, 이경실, 지석진, 신봉선, 김지민 등 방송계의 여러 인물이 줄지어 조문했다. 배우 송승환, 가수 서수남과 박상철도 발걸음을 했다.
김정렬은 고인이 생전 즐겨 했던 ‘숭구리당당 숭당당’ 퍼포먼스로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형님의 길을 막고 싶지만 웃으면서 보내드리겠다”고 전했다. 팽현숙은 “좋은 곳으로 가시라”며 눈물을 보였고, 이영자 역시 뜨거운 눈시울로 작별을 고했다.
◆ 전북 남원으로 돌아간 코미디의 원로
전유성의 장지는 그가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머물던 전북 남원으로 정해졌다. 고인은 지난 25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6월 기흉 시술을 받은 뒤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별세했다.
1949년생인 전유성은 한국 코미디의 1세대로,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대중화한 인물이다. 그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 개그를 하나의 공연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코미디 시장’을 운영하며 신봉선, 황현희, 박휘순 등 다수의 방송인을 발굴했고, KBS ‘개그콘서트’ 초기 제작에도 참여해 한국 공개 코미디의 기반을 마련했다.

◆ 무대와 책, 그리고 제자들에게 남긴 유산
그는 평생에 걸쳐 코미디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일에도 힘썼다.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등 여러 저서를 남겼으며, 무대 밖에서도 웃음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전유성은 생전에 제자들에게 늘 “웃음은 순간을 넘어 기록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의 가르침은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책과 방송, 후배들의 활동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 남겨진 웃음과 기억
한국 코미디의 큰 별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후배들 속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결식에서 울려 퍼진 추모의 목소리와 웃음의 기억은 고인이 남긴 문화적 자산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웠다. “나의 어른, 전유성 선배님”이라 부르며 흐느끼던 김신영의 고백처럼, 그가 제자와 동료들에게 남긴 사랑은 긴 세월 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