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 중대재해, “정부의 처벌 만능, 노동자의 생명은 아직 사각지대”
2025-09-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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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방은 뒷전, 처벌만 앞세운 정부의 산업안전 정책”
- “선진국은 예방, 한국은 처벌…거꾸로 가는 정책 방향”
- “사고는 반복되는데 정부는 처벌 타령만 한다”
- “선진적 예방은 없고, 대응만 있다. 중대재해 정책의 방향은 후진적“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건설과 제조업 현장의 중대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법이 제정될 당시 기대됐던 ‘안전한 일터’는 실현되지 않았고, 사망 사고는 비슷한 양상으로 계속되고 있다. (8월 14일 사회면 '단독"보도 “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 정부 포상을 받아야 할 기업이 건설 면허 취소 우려”)
최근 몇 달 사이에도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추락, 붕괴, 협착 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소규모 현장과 하청업체에서의 중대재해 발생률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전망 바깥에 놓여 있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반복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사고 예방 시스템이나 중소기업 대상 지원책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이 산업계와 노동계 양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적 의무는 계속 늘어나는데, 실질적으로 정부가 해주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전문 안전관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 시공사나 하청업체의 경우, 인력 부족 속에서 ‘서류용 안전관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보호 장치 없이 작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동계 관계자는 “책임을 묻는 구조는 있지만, 책임을 나누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진국 다수는 산업안전 정책의 중심축을 '예방'과 '자율관리'로 옮겨온 지 오래다. 현장의 자율성과 기업의 안전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위주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안전 확보를 위해 단순한 형벌 강화가 아닌, 현장 중심의 지원 정책, 하청업체 보호 제도, 안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산업안전 정책 체계에서는 이 같은 준비가 충분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누가 잘못했는가”를 묻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제도적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