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으로 물든다... 지금 꼭 가봐야 할 ‘국내 산책 명소’
2025-09-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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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9개 숲길 개방
서울·경기 일대 총 19.6km 구간, 월요일 휴관
가을을 맞아 조선왕릉 숲길이 두 달 동안 열린다.

가을은 숲의 공기를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차갑지 않은 바람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부드러운 햇살은 가지 사이로 흩어진다. 발끝에 밟히는 낙엽의 소리와 은근히 번지는 흙 내음은 걷는 이의 호흡마저 차분히 가라앉히며, 숲은 어느새 계절의 얼굴이 된다. 그런 가을 숲길이 조선왕릉에서 개방돼 시민들에게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다음달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숲길 아홉 곳을 개방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에 개방되는 숲길의 총 길이는 약 19.59㎞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태릉과 강릉을 잇는 1.7㎞ 구간이 시민들에게 열리고 의릉에서는 천장산 숲길을 지나 역사 경관림 복원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경기 동부 지역에서는 구리 동구릉, 남양주 광릉, 사릉의 숲길이 관람객을 맞는다. 동구릉은 조선왕릉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잠든 곳으로, 이번 개방을 통해 휘릉에서 원릉까지 이어지는 숲길과 경릉에서 양묘장, 자연학습장으로 이어지는 총 2.7㎞ 구간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광릉은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힌 능으로, 이번에 공개되는 복자기나무 숲 일대는 고요한 숲길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릉은 단종비 정순왕후의 능으로 홍살문에서 능침 북측 초화원까지 연결되는 775m 구간이 개방된다.
여주 영릉과 영릉은 세종과 소헌왕후, 효종과 인선왕후의 능으로, 외곽 숲길과 두름길 쉼터까지 약 3㎞ 구간이 포함된다. 파주 장릉에서는 능침 북측의 1.6㎞ 숲길이, 파주 삼릉에서는 영릉과 순릉 사이 작은 연못 숲 일원과 공릉 능침 북측 구간 등 3.1㎞가 공개된다.

화성 융릉과 건릉은 융건릉으로 불리며 정조와 효의왕후,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묻힌 곳이다. 이번에 들꽃마당까지 이어지는 약 3.7㎞ 구간이 개방돼 긴 숲길을 산책할 수 있다.
조선왕릉 숲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개방 시간은 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11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고, 기상 상황이나 안전 여건에 따라 일부 구간은 조정될 수 있다.
조선왕릉 숲길 개방은 2019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정기 행사로 진행돼 왔다. 개방 전에는 숲길 정비와 안전 점검이 이뤄지고 가을철 단풍이 내려앉은 길을 따라 걸으며 왕릉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숲길 곳곳에는 벤치와 쉼터가 마련돼 있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번 가을, 서울과 경기 지역의 조선왕릉 아홉 곳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자연과 역사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조선왕릉 숲길은 단순히 산책로 이상의 매력을 지닌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숲이 길게 이어져 공기를 맑게 하고, 능역 주변의 경치는 고즈넉하면서도 품격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돼 있어 참여하면 역사적 맥락을 곱씹으며 걸을 수 있고 왕릉의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곳곳에는 쉼터와 벤치가 마련돼 있어 여유롭게 머물 수 있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걷다 보면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숲길이 일상과는 다른 차분한 시간을 선사한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별도의 무료 관람 기회도 있다. 오는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 동안 조선왕릉이 전면 무료 개방돼 평소 관람권을 구매해야 하는 이곳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단, 연휴 직후인 10월 10일은 휴관일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