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어부들이 잡자마자 버렸는데…요즘은 귀한 대접 받는다는 '생선'
2025-10-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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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상품 가치가 낮아 헐값에 팔려
투박하고 흐물거리는 생김새 때문에 강원도 동해안 어부들에게는 오랜 세월 천덕꾸러기가 지금은 별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잡자마자 "텀벙" 하고 바다에 던져 버리기 일쑤였다 하여 '물텀벙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가진 '곰치' 이야기다.
곰치는 상품 가치가 낮아 헐값에 팔리거나 심지어 돼지 사료나 거름으로 쓰일 정도였다. 흉측한 외모와 미끌거리는 촉감 탓에 제대로 된 생선 취급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 천대받던 곰치가 '금치'가 되기까지
곰치의 육질은 흐물흐물하고 살이 연하여 순두부처럼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다른 생선처럼 구이나 찜으로 활용하기 어려웠고, 어부들만이 배 위에서 묵은지를 넣어 끓여 먹는 해장국으로 조리했다. 이 곰치국이 곰치의 가치를 완전히 뒤바꾼 핵심이다.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도 《자산어보》에서 이 어종(꼼치/미거지)에 대해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기록했다. 이 기록은 곰치가 이미 오래전부터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 명태의 빈자리에서 탄생한 겨울 황제
곰치국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명태 어획량의 급감이다. 1980년대 이후 동해의 주력 어종인 명태와 대구의 생산량이 줄어들자, 천대받던 곰치가 그 자리를 채우며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맑고 시원한 국물과 흐트러지는 살코기의 조합은 주당들에게는 최고의 해장 요리로, 미식가들에게는 새로운 겨울 별미로 인정받았다.
특히 강원도 삼척 지방에서는 묵은 김치를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김치 곰치국이 명성을 떨치며, 곰치의 가격을 폭등시켰다. 과거에는 어쩌다 그물에 걸리면 버려지던 신세였지만, 이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귀해지면서 '금치(金치)'라는 별칭을 얻었다. 곰치의 극적인 역전극은 버려지던 재료라도 그 가치를 아는 지혜가 있다면, 언제든 식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