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있는데 집은 없다'…LH 미매각 부지 429만 평, 주택 7만 호 공급 가능한 땅 놀리...

2025-09-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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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만 여의도 5배 규모의 미매각 LH 토지 방치
분양률 저조 탓에 수년째 미활용…해외는 공공유휴지 적극 개발
“택지 새로 찾기 전에 있는 땅부터 활용해야” 지적

'땅은 있는데 집은 없다'…박용갑의원 / 의원실 제공
'땅은 있는데 집은 없다'…박용갑의원 / 의원실 제공

[대전=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땅은 있는데 집은 없다’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고공행진하는 전세·매매 가격에 서민들의 주거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이미 확보한 수도권 토지가 수백만 평이나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5년 6월 기준 수도권 내 미매각 LH 토지 면적은 약 429만 평(1,419만 8,000㎡)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약 5배에 해당하며, 이 땅만 활용해도 공동·단독 주택 7만 2,000여 호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분양 대기 상태로 수년째 방치된 부지도 많다. 가장 오래된 부지는 무려 29년째 팔리지 않은 상태다. 현행 제도에서는 LH가 확보한 택지를 수요 저조 등의 이유로 분양하지 않으면, 해당 부지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활용 없이 묵혀지게 된다.

이는 선진국들의 공공토지 활용 방식과 대조된다. 예컨대 영국은 ‘브라운필드 재개발 정책’을 통해 공공 유휴지를 민관 협력 방식으로 재활용하며, 공공주택 확보와 도시 재생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이 미활용 토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주택·창업·문화시설 등으로 적극 전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택지를 개발하려면 주민 반발, 보상,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최소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LH가 보유한 미매각 부지는 법적·행정적 절차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로, 즉시 공급 가능한 ‘준비된 자산’이다.

박용갑 의원은 “주택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이미 확보된 공공택지가 있음에도, 제도적 미비로 수년간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건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정부는 공급 확충을 외치기 전에 ‘있는 땅부터 제대로 활용하라’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더 많은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공공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급만을 외치기보다 유휴 자산을 정비하고, 주민 수요에 맞춘 맞춤형 주거계획을 수립하는 ‘전략적 주택 공급’이 절실하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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