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났다…40년 만에 몽골 땅에서 재배 성공한 '한국 대표 식재료'
2025-09-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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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40년의 도전
몽골에서 드디어 쌀 재배에 성공했다.

한국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몽골센터가 몽골 홉드도 볼강군 시험포장에서 한국 품종 벼를 심어 첫 결실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29일 전해졌다. 몽골 정부가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벼 재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상황에서 이번 성과는 국가 차원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몽골은 전통적으로 밀과 보리를 주식으로 삼아왔으며, 쌀은 수입에 의존해왔다. 몽골 정부는 1980년대부터 자급을 목표로 여러 차례 벼 재배를 시도했지만 기후·토양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를 반복했다.
몽골의 벼 재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혹독한 자연환경이다. 몽골은 연평균 기온이 낮고 벼가 자랄 수 있는 생육 기간이 매우 짧다. 게다가 토양은 pH 수치가 높은 알칼리성이어서 벼의 뿌리가 활착하기 힘들다. 전문가 부재와 재배기술 부족까지 겹치면서 현지의 쌀 생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농진청 KOPIA 몽골센터는 2023년 몽골 정부의 요청을 받아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우선 몽골 지역 환경 분석을 실시해 적합 품종을 선별했고, 현지 재배 시험을 위한 포장을 조성했다.

올해 1월 볼강군에 3500㎡ 규모의 벼 시험포장이 마련됐다. 이곳에 한국 품종인 '진부올벼' '진부벼' '아세미' 3종과 중국 품종 1종을 함께 심어 비교 시험에 나섰다. 그 결과 진부올벼가 몽골의 짧은 생육 기간을 버텨내며 수확에 성공했다. 이는 몽골 땅에서 벼가 본격적으로 자라난 첫 사례다.
성공의 열쇠는 한국 맞춤형 기술이었다. 몽골 환경에 맞춰 늦게 심고 빨리 수확할 수 있는 단기 생육 품종을 선택했으며, 알칼리성 토양에서도 뿌리가 견딜 수 있도록 재배법을 조정했다.
또한 물 관리와 온도 조절 같은 재배 기술을 현지 농민들과 공유하면서 벼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인위적으로 보완했다. 이러한 기술 이전과 현장 지도 덕분에 몽골 땅에서 드디어 쌀이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몽골에서 벼 재배에 성공한 것은 단순한 농업 성과를 넘어 식량 안보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몽골은 매년 쌀을 수입해 소비해왔고, 최근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쌀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이번 성공은 몽골이 향후 일정 부분 쌀을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잠발체렌 몽골 식량농업경공업부 차관은 "이번 재배 성공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양국이 협력해 벼 재배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진청 역시 이번 성과를 통해 국제 협력 성과를 강조했다. 김황용 농진청 기술협력국장은 "몽골에서 본격적으로 쌀을 재배할 수 있도록 KOPIA 몽골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를 통해 몽골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동시에 국산 농자재 수출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앞으로 몽골 환경에 맞는 표준 재배기술을 정립하고, 연구 결과를 정리한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서’를 발간·보급할 계획이다.
몽골에서 벼 재배 성공 소식은 단순한 농업 뉴스가 아니라 국제 농업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다.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수십 년간 실패를 거듭했던 몽골에서, 한국 품종과 기술이 만나 드디어 첫 벼 수확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번 성과는 몽골의 식량 자급 능력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 농업 기술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40년간 풀리지 않던 과제가 풀린 만큼, 앞으로 몽골 땅에 벼가 본격적으로 뿌리내릴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