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자생한방병원 비밀자금'을 겨냥하는 이유가...
2025-09-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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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자금 중 일부 윤 전 대통령 대선자금으로 사용됐나
특검팀은 29일 오전 9시 40분쯤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모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은 오후 브리핑을 통해 신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특경법상 횡령 및 배임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 이사장의 차녀다. 김 여사와 신씨는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신씨가 대표로 있던 자생바이오 등 관계사를 매개로 100억원 안팎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을 집중 수사 중이다. 자생바이오는 2020년부터 약 2년간 신씨 가족회사인 제이에스디원으로부터 90억원을 장기 대여받았는데, 이후 자생바이오가 청산되면서 제이에스디원은 빌려준 90억원을 회계 장부에서 제거했다. 자생바이오 측은 제이에스디원에 90억원을 상환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특검팀은 이를 포함해 다른 관계사 청산을 통해 도합 1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신씨 일가의 비자금으로 활용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생한방병원 계열사들 간 복잡한 자금 거래 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이 주목하는 또 다른 의혹은 이 자금 중 일부가 대선자금으로 유용됐을 가능성이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 2021년 6~7월부터 선거가 있었던 이듬해 3월 사이 자생바이오를 거친 자금 90억원 중 60억원이 집중적으로 대여된 점이 확인됐다. 또한 신씨가 모친과 함께 2021년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에게 2000만원을 후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러한 정황들을 토대로 일부 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자생한방병원 측이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제공한 경위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수위 인사검증팀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자생한방병원 본사 인근 건물 1층 내 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자생한방병원이 인수위 사무실 등을 제공해 윤석열 정부를 지원한 대가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인수위가 임차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면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등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생한방병원 측은 정상적인 임대차 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 측과 정식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썼고, 통상 시세대로 임대료를 지급받았다는 주장이다.
신씨 부부와 윤 전 대통령의 오랜 개인적인 인연도 의혹에 불을 지핀다.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분류됐던 신씨 배우자인 이 전 비서관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법률지원팀에서 활동했다. 신씨와 이 전 비서관의 결혼도 윤 전 대통령 소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이 지난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 5명을 제치고 전략 공천을 받는 데 윤 전 대통령 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으로 합류해 일하다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로 무산되자 경기 용인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낙선 한 달 뒤 이번에는 공직기강비서관직으로 대통령실에 복귀해 당시 야권으로부터 '제 사람 챙겨주기'라는 질타를 받았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신씨의 여권법 위반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신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스페인을 방문할 때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별도 직책이 없었는데도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관용 여권을 발급받고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사전 답사도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비선'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선 그가 김 여사를 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동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여권법 시행령 7조에 따르면 관용 여권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공무 수행을 위해 특별히 필요가 있다고 외교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등에 한해 발급된다. 특검팀은 신씨가 관용 여권을 발급받은 경위와 누구의 요청 또는 허락을 받고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는지 등을 확인하려 지난 7월 외교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또한 지난달 신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출국금지 사유로는 자생바이오의 90억원 횡령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신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생한방병원은 1990년 신준식 명예 이사장이 설립한 한방병원 체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본원을 두고 전국 2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추나요법을 비롯한 비수술 척추치료를 주력으로 하며, MRI·CT 등 양방 진단장비와 한방 치료법을 결합한 통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신 명예 이사장은 척추 관절 질환 치료법인 추나요법 개발자로 알려져 있으며, 자생의료재단을 통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자생한방병원이 개발한 한약인 '청파전'의 주 원료가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신 이사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생한방병원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